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이 글로벌 경제학계의 첨예한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폈던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의 성과를 놓고 전문가들 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실질금리를 낮춰 대출을 촉진하고 경기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일 “중국 경기 둔화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제로 경기를 회복시키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경기냉각"…경제학계 성과 논쟁 불붙어
서머스 교수는 올해 초 노르웨이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들과 공동으로 2015년 스웨덴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후의 경제 효과를 분석했다. 서머스 교수 등은 “스웨덴 기준금리가 -0.5%가 됐을 때 시중 대출금리는 오히려 0.15%포인트 올랐고 국내총생산(GDP)은 0.07%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고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못해 은행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를 냉각시켰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스웨덴 중앙은행 관계자는 “서머스 교수가 적절치 않은 데이터로 분석했다”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정책 금리를 따라 내려갔다”고 반박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당초 기대와 정반대로 물가 하락을 촉발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저수익 사업이 지속되고 낮은 가격이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가토 이즈루 도탄리서치 연구원은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물가와 잠재성장률, 생산성이 모두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우리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1954년 이후 장기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쪽이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비판론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전반적인 금융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도 “다음 경기 침체 때는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취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과 덴마크, 스웨덴 중앙은행 등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도 2016년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