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11일 경기 수원에 있는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11일 경기 수원에 있는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1일 오후시간을 서울 여의도 본사가 아니라 경기 안산과 수원에서 보냈다. 지난해 인수한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의 본사와 생산라인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로봇은 인공지능(AI), 자동차부품 등과 함께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는 핵심 사업이다. 로봇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된 ‘새 식구’의 실력을 현장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점검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로보스타 생산설비와 기술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며 “로보스타 경영진과 회의할 때는 ‘함께 로봇사업을 키울 모멘텀을 찾아보자’고 당부하는 등 시너지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이 로봇 전문업체 추가 인수 또는 협업 확대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보스타는 로봇의 팔 등을 제작한다. 여기에 LG가 설계한 ‘두뇌(AI)’를 장착하면 제품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다. CEO가 이런 ‘로봇 생태계’ 구축 현장을 직접 살펴본 만큼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로봇사업은 AI, 자율주행, 센서 기술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필수”라며 “LG전자와 로보스타는 ‘궁합’이 맞는 조합”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로보스타를 눈여겨본 것은 로봇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2~3년 전부터였다. LS산전 출신 임직원들이 1999년 독립해 세운 이 회사는 오래전부터 LG전자에 수평다관절로봇 등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작년 7월 800억원을 들여 지분 30%를 사들였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용 로봇 제조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할 정도로 로봇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국내외 로봇 전문업체를 추가로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로보스타를 비롯해 보사노바 로보틱스, 아크릴,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등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국내외 로봇업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