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서민층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권을 대상으로 고금리대출 취급유인 억제에 나섰다. 그러나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의 노력이 아이러니하게도 취약차주들의 대출 길을 막는 '대출절벽' 현상을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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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들의 제도권 금융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저신용자들이 대거 내몰리는 모습이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가 생계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를 제도권 금융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는 지난해 6월 말 236만7000명으로 2017년 말보다 10만6000명(4.3%) 줄었다.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부업체 이용자 수가 줄었다고 파악했다.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 시행령이 개정된 작년 2월 27.9%에서 24%로 내렸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은 부실률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부업체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 수는 최근 2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저신용자 3792명 중 54.9%가 지난해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신청을 거절당했다고 응답했다. 2016년 거부율(16.0%)보다 3.4배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고금리를 내리면서 대부업체들이 신용도가 높은 고객, 담보 중심으로 대출을 내줬다"며 "부실률을 낮추고, 적정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금융당국은 미등록대부업체나 사채 등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이 2017년 말 기준 5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 국민의 1.3%다. 대출 잔액은 6조8000억원이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시장에서 사채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가 39만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대부분은 생활·사업자금이 필요한 계층이었다.

금융위원회의 불법 사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 소득 기준 200만∼300만원(20.9%), 연령대별로는 40∼60대(80.5%), 성별로는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자금 용도는 사업자금이 39.5%로 가장 많았고, 생활자금(34.4%), 다른 대출금 상환(14.2%)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상환능력을 충분히 갖춘 실수요자'에게만 대출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작년 10월 은행권에 도입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올 2분기 2금융권에 적용한다.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서민들과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 2금융권에 엄격한 대출 잣대를 들이밀면 결국 파악하기도 어려운 제도권 금융 밖으로 저신용자들이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