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외지인 비율 61%
전세와 '갭' 최대 2000만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있는 남도 끝자락의 전남 광양시가 갭(gap) 투자자들의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변에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탓에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광양시 중동의 A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를 끼고 500만원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며 “요즘 발 빠른 수도권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15만’ 광양, 집값 상승률 1위

전세가격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올 들어서만 0.46% 상승했다. 20년차 안팎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다. 중동 ‘성호2차’ 전용면적 59㎡는 이달 6800만원에 매매 거래됐는데 전세는 65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세를 안고 300만원이면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A공인 관계자는 “수리를 바로 마친 물건이라도 매매와 전세의 갭을 1500만원 안쪽에서 맞출 수 있다”며 “5000만~1억원을 들고 와서 5~10가구씩 사는 투자자도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금 2000만원만 있으면 못 사는 아파트가 드물 정도다. 광양시청 바로 앞 ‘태영2차’ 전용 59㎡는 전세를 끼고 1000만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매매가격은 1억~1억500만원 안팎인데 전세가격은 9000만원 후반대다. 맞은편 ‘금광1차’ 같은 면적의 아파트는 한 채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이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인근 마동 ‘금광 블루빌’ 전용 74㎡는 올해 초 1억4000만~1억4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전세가격은 1억3500만원 안팎이다.
신축 아파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로 입주 6년차인 중동 ‘대광로 제비앙2차’ 전용 74㎡는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30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1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1년 전만 해도 1억4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갭 투자자 몰려”…외지인 거래 60%

일선 중개업소들은 투자 수요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전한다. 마동 B공인 관계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 투자자들이 내려와 쓸어 담는 수준”이라며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재작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건 공급 부족 탓이다. 광양은 지난해 새 아파트 입주가 420가구에 불과했다. 내후년까지 예정된 입주물량도 아예 없다. 중동 C공인 관계자는 “올해 여수 웅천지구 입주가 몰리고 내년엔 순천에 새 아파트 입주가 있지만 가격 편차가 커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상승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철소 등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들의 소비력이 높은 것도 임대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수 산단 근무자들도 집값이 싼 광양에서 전셋집을 찾는다”며 “지방 발령을 받아 가족 단위로 집을 구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이 저렴한 집은 상태가 좋지 않아 전세가 잘 나가지 않거나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채를 소유할 경우 전세가격이 조금만 출렁여도 연쇄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