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결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국민연금측 "논의 여부조차 확인 어려워"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 안건 상정이 확정되면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아직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를 정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조 회장 연임 안건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체의 내부투자위원회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현 단계에서는 논의하고 있는지, 논의하고 있지 않은지 여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주변에서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비록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사 연임 반대'는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곧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로 국민연금이 투자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총안건에 대해 주총 전에 찬반 의결권을 사전 공시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사전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주식 자산군 내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의 전체 주총안건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안건으로 대한항공 조 회장 연임안이 여기에 속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 내용을 주총이 끝나고서 14일 이내에 공개했다.

다만 수탁자책임전문위 전신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논의 안건 중에서 의결권전문위가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안만 주총 전에 공개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더라도 실제 주총에서 관철될지는 미지수이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22%가량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반대표를 던져야만 조 회장 연임을 저지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월 1일 4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되 대한항공은 제외하기로 결론 내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당시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방법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해임이나 사외이사선임 및 추천 등 강력한 카드는 아예 꺼내지 않았다.

단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변경만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 640조원 가까운 돈을 굴리는 '큰손'이지만, 그간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 등의 조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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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주총에서 찬성표만 던지고 반대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은 데다,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주총에서 실제 부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총에서는 여전히 힘을 쓰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천864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에서 찬성이 2천309건(80.6%), 반대는 539건(18.8%)이었다.

특히 반대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에서 실제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에 그쳤다.

반대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