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격돌…25일 누가 웃을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英 비선실세 다툼 그린 '더 페이버릿…' vs 격랑시대 여성 조명한 '로마'
오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다. 주요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두 영화인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21일 개봉)와 ‘로마’(넷플릭스 상영 중)에 시선이 모아진다. 예년에는 다수 부문 후보작 중에서 주요 상을 휩쓰는 경우가 많았다. 두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여우주연, 여우조연, 각본, 촬영, 미술상 등에 모두 후보로 지명돼 ‘혈투’가 불가피하다. 여성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세트와 의상 등으로 시대상을 정교하게 재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초 영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 분)이 두 측근 여성의 권력투쟁에 놀아난 이야기를 위트와 풍자로 그려낸 사극이다. 여왕의 오랜 친구인 공작 부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 분)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출신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 분)은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국 여왕의 은밀한 침실에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 여왕은 통풍으로 신음하면서도 두 측근 여성과 동성애를 즐긴다. 국정에 대한 여왕의 무지와 무능도 질타한다. 프랑스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토지세를 두 배 올릴 것인지, 세율을 동결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것인지 여부도 두 측근 여인의 속삭임으로 결정된다. 공작부인은 전쟁터로 간 남편을 앞세워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혈안이 돼 있고, 하녀는 야당 휘그당(진보당) 당수와 손잡고 은밀한 거래를 한다.
통풍 환자인 앤 여왕 곁에 주치의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하녀가 민간요법으로 여왕을 치료하고 신임을 얻는 장면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표현한 것이다.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영화 ‘로마’는 1971년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당대 사회를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멕시코 원주민 하녀 클레오의 시선으로 펼쳐냈다. 네 아이가 뛰어다니는 가정이나 바깥 사회는 온통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지진과 산불이 일어나거나 학생들의 반독재민주화 시위로 들끓는다.
쿠아론 감독은 남자들이 무책임하게 소요와 혼란을 일으키면, 뒷수습은 여자들의 몫으로 묘사한다. 클레오의 남자친구 페르민은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달아나버린다. 그는 이후 시위 대학생을 총으로 쏴 죽이는 폭력배로, 만삭의 클레오 앞에 나타난다. 페르민은 무책임하게 국민을 억압했던 멕시코 독재 정권을 상징하는 존재다. 희생자는 클레오 같은 순진한 국민이다. 백인 가정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자와 바람나 아내와 자식을 버린다.
종반부 파도에 휩쓸린 주인집 아이 둘을 클레오가 구하는 장면은 주제를 집약했다. 격랑의 시대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의미다. 넷플릭스가 제작투자한 이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초 영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 분)이 두 측근 여성의 권력투쟁에 놀아난 이야기를 위트와 풍자로 그려낸 사극이다. 여왕의 오랜 친구인 공작 부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 분)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출신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 분)은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국 여왕의 은밀한 침실에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 여왕은 통풍으로 신음하면서도 두 측근 여성과 동성애를 즐긴다. 국정에 대한 여왕의 무지와 무능도 질타한다. 프랑스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토지세를 두 배 올릴 것인지, 세율을 동결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것인지 여부도 두 측근 여인의 속삭임으로 결정된다. 공작부인은 전쟁터로 간 남편을 앞세워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혈안이 돼 있고, 하녀는 야당 휘그당(진보당) 당수와 손잡고 은밀한 거래를 한다.
통풍 환자인 앤 여왕 곁에 주치의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하녀가 민간요법으로 여왕을 치료하고 신임을 얻는 장면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를 표현한 것이다.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영화 ‘로마’는 1971년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당대 사회를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멕시코 원주민 하녀 클레오의 시선으로 펼쳐냈다. 네 아이가 뛰어다니는 가정이나 바깥 사회는 온통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지진과 산불이 일어나거나 학생들의 반독재민주화 시위로 들끓는다.
쿠아론 감독은 남자들이 무책임하게 소요와 혼란을 일으키면, 뒷수습은 여자들의 몫으로 묘사한다. 클레오의 남자친구 페르민은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을 알고는 달아나버린다. 그는 이후 시위 대학생을 총으로 쏴 죽이는 폭력배로, 만삭의 클레오 앞에 나타난다. 페르민은 무책임하게 국민을 억압했던 멕시코 독재 정권을 상징하는 존재다. 희생자는 클레오 같은 순진한 국민이다. 백인 가정의 남편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자와 바람나 아내와 자식을 버린다.
종반부 파도에 휩쓸린 주인집 아이 둘을 클레오가 구하는 장면은 주제를 집약했다. 격랑의 시대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의미다. 넷플릭스가 제작투자한 이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