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회사 규모와 오너십에 따라 그 역할이 다르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자에 비해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불가능하게 보이는 혁신에 도전하고 이를 성취해야 한다. 사장은 혁신의 사다리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리다. 이것이 비전이다. 임원은 놓여진 사다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타서 넘어갈 것인가 하는 전술에 집중한다. 그러기에 임원의 첫 번째 덕목은 책임감과 솔선수범하는 성실함이다.
사장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은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다. 사장은 혁신의 비전을 세우고, 이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도전하는 운명공동체적 조직을 구성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꼼꼼해야 하고, 늘 반성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자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능력을 겸손히 평가해야 한다. 그리하여 가급적 리스크가 작은 최적의 위치에 혁신의 사다리를 놔야 한다.
오너 사장은 주위에 바르고 훌륭한 어른을 가급적 많이 모시고 자주 경청하고, 작은 도움을 받더라도 일관된 마음으로 평생에 걸쳐 보답하는 진실함을 지녀야 한다. 비전을 제시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하나의 처방으로 조직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숙고 끝에 미래 사업을 결정하면,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비전과 전략을 바꾸지 말고 둔(鈍)하게, 그 사업의 뿌리(根)를 파고들어, 핵심 역량을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운(運)이 받쳐줘 결실을 보게 된다. 운·둔·근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경영철학이었고, 내가 발견한 성공 경영의 진수다. 결국 사업을 꽃피우는 것은 적기에 찾아온 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