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임원과 사장의 차이
기업에서 임원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능력, 둘째는 성실, 그리고 마지막은 호감이다. 호감은 소통에서 나오고,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는 말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불통의 원인은 대부분 본인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데서 비롯된다. 과대평가는 타인의 말을 무시하게 돼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기계발과 공부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업무능력도 뒤처지게 된다. 반면 타인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겸손하고 긴장된 태도로 자기 약점을 경청한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인다. 넘치는 자신감과 지나친 낙관은 승진과 인간관계에서 약이 되기보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임원이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사장은 회사 규모와 오너십에 따라 그 역할이 다르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자에 비해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불가능하게 보이는 혁신에 도전하고 이를 성취해야 한다. 사장은 혁신의 사다리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리다. 이것이 비전이다. 임원은 놓여진 사다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타서 넘어갈 것인가 하는 전술에 집중한다. 그러기에 임원의 첫 번째 덕목은 책임감과 솔선수범하는 성실함이다.

사장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은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다. 사장은 혁신의 비전을 세우고, 이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도전하는 운명공동체적 조직을 구성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꼼꼼해야 하고, 늘 반성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시장과 경쟁자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능력을 겸손히 평가해야 한다. 그리하여 가급적 리스크가 작은 최적의 위치에 혁신의 사다리를 놔야 한다.

오너 사장은 주위에 바르고 훌륭한 어른을 가급적 많이 모시고 자주 경청하고, 작은 도움을 받더라도 일관된 마음으로 평생에 걸쳐 보답하는 진실함을 지녀야 한다. 비전을 제시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하나의 처방으로 조직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숙고 끝에 미래 사업을 결정하면,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비전과 전략을 바꾸지 말고 둔(鈍)하게, 그 사업의 뿌리(根)를 파고들어, 핵심 역량을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운(運)이 받쳐줘 결실을 보게 된다. 운·둔·근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경영철학이었고, 내가 발견한 성공 경영의 진수다. 결국 사업을 꽃피우는 것은 적기에 찾아온 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