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상위직 감축규모와 일정이 관건
오는 30일 올해 첫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열린다. 금융업계에 막강한 검사·감독권을 행사하는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이날 결정된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연직 의장인 공운위는 연례 업무로 ‘공공기관 신규 지정 및 해제 안건’을 해마다 1월 말께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 1년 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이 기관의 법적 신분 변화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금융업계에도 비상한 관심사다. 권역을 가릴 것 없이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위세는 그만큼 드세다.

경제가 위기 국면에 들어서면 금감원은 일반 기업에도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된다. 대출, 여신, 기타 신용공여 등 금융회사의 자산 및 위기관리 업무에 금감원의 감독권이 강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30일 공운위에 상정되는 안건은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再)지정 여부다. 과거 공공기관으로 정부 통제를 받아왔던 금감원은 ‘금융감독의 자율성 필요’ 등의 논리로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지난해 정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려고 한 것은 채용 비리, 방만 경영, 업무 부실 등으로 잇달아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점수 조작에 부적격자까지 합격시킨 채용 비리, 간부·상위직이 과도하게 많은 조직, 비트코인 비정상 거래 직원 연루, 검사 업무에서의 뒷말 등이 이어졌다.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정부기관 못지않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신분은 민간으로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서 비롯된 부작용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판단이었다.
[뉴스의 맥]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상위직 감축규모와 일정이 관건
출범 20년 만에 '고비' 맞은 금감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유예 결정이 내려진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 금감원의 ‘큰집’으로 법적 통제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자기 책임하에 “금감원의 자율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며 정색하고 반대했던 것이 큰 이유다. 금감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일부 의원을 끌어들여 공공기관 지정 반대 법안까지 내도록 하며 반발했다. 끝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예상됐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저항도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막바지에 한발 물러선 현실적인 이유였다. 1년 전에도 부총리에게 경제 살리기는 중요한 과제였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과 금융위의 반기(反旗)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년 전, 공운위는 격론 속에 ‘지정 1년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네 가지 이행 조건을 달았다. 경영공시 강화, 채용비리 개선, 엄격한 경영평가, 방만경영 개선(2017년 감사원 지적사항 이행) 등이다.

단순히 형식 논리로 보면 30일 공운위는 이 네 가지 조건 충족 여부를 집중 점검하게 된다. 이 가운데 채용비리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지난 1년간 새로 불거진 문제가 없고 채용방식도 더욱 엄격히 했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 이행에 관한 판단에서는 공운위의 ‘평가’ 요인이 있어 어떻게 논의되더라도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방만경영 개선 조항은 ‘불이행’ 판정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금감원은 해외사무소를 축소하고, 연말에는 발족 이래 최대 규모의 간부급 인사도 단행했다. 하지만 머리가 큰 기형적인 구조는 여전하다. 간부와 고위직이 과다해 3급 이상 상위직이 43%(2017년 말)로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이 비율을 “유사한 금융공공기관 평균치인 30% 수준으로 줄이라”고 한 감사원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하게 큰 머리…조직 개혁해야

금감원의 기관예산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올해 예산으로 3556억원을 책정했는데, 이 중 3분의 2가량이 금융회사가 내는 감독분담금이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시시콜콜한 감시·감독을 다 받는데, 정작 그 비용은 우리가 낸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게다가 금감원 직원 평균연봉은 1억375만원(2017년)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보다 800만~1700만원가량 많다.

공운위를 보름 앞둔 지난 15일 KDI는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재취업이 ‘제재 회피 효과’를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낙하산 인사니, 검사·감사 방패용 인사니 하는 비판을 받아온 금감원의 급소를 찌르는 것이었다. 기재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최대 국책연구기관이 민감한 보고서를 내면서 언론 브리핑까지 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겉으로는 금감원과 340여 개 국가 공공기관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사이에 긴장의 대치 전선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3각의 갈등’이다. 금감원과 금융위 사이에도 갈등과 대립 요인이 적지 않다. 민간 전문가 집단(금감원)과 ‘모피아’ 계보를 잇는 현직 공무원 조직(금융위) 간의 갈등도 해묵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층 심화되고 있다.

금감원 발족 초기 때처럼 두 기관의 장(長)을 한 사람이 겸했을 때는 이런 문제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분가(分家)한 뒤에도 공무원 출신이 금감원장을 맡았을 때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윤석헌 원장까지 모두 민간에서 기용됐다. 금감원과 금융위 간 거칠어지는 갈등을 이것과 연계해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를 공식화하고 이런 뜻을 이번에도 기재부에 전했지만, 이런 행보가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금융위가 겉으로는 금감원을 끼고돌지만, ‘금융정책 수립’ ‘금융감독제도 개혁’ 등 굵직한 사안에서는 기재부와 금융위 사이에 ‘모피아 DNA’가 작용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의 2019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으로 2% 삭감했을 때 금감원에서는 노조가 나서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극단적 주장을 하며 반발한 적이 있다. 이런 데서 금융위를 바라보는 금감원의 본심이 잘 드러난다.

궁극적으로 ‘비민비관(非民非官)’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인 금감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감독정책의 방향, 검사의 강도나 방식 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연초 윤 금감원장이 신년사에서 ‘금융회사 종합감사 실시 계획’을 발표했을 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바로 “경제 활력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만큼 금융업계에도 관심사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때 금감원은 한때 금융위의 재감리 지시도 거부했을 정도여서 금융위로서는 내심 버거운 존재다. 논란만 많았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앞으로 두 기관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제 역할 다 하고 있나

금감원은 독립적 지위를 누리는 한국은행을 거론하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기재부 통제권에 들어가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 역시 아직까지는 금감원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기재부에 반대 의견을 전한 데 이어 이번 공운위에도 김용범 부위원장이 참석해 금감원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공운위는 지난해의 유예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면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금감원은 어떤 답을 하게 될까. 공공기관으로 지정 또는 비(非)지정 외에 ‘제3의 선택’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지정 유예가 한시적으로 연장되는 방안도 제기될 수 있다.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