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힘든 직업 도와주는 서비스…엄마이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
의견 교환을 위한 회의는 심야에 이뤄진다. 아이를 먹이고 재운 후 11시가 되면 온라인에 회의 창이 열린다. 아이가 잠투정하면 30분씩 회의가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회사에 모여서 하는 오프라인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가 전염병 걸려 아프면 그마저도 건너뛴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이 아니다. 온라인 육아 행동분석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그로잉맘’이 일하는 방식이다. 20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그로잉맘의 이다랑 대표(33)와 이혜린 부대표(32)는 ‘너네 그래도 돼?’라는 질문이 수없이 들어왔을 때 ‘된다’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답했다고 했다. 비결은 '압축 근무'다.
점심은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수다 떠는 커피 타임도 없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이동 중에 한다. 퇴근하고 필요한 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성과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로잉맘은 상주 직원 7명, 파트타임 직원 4명이 전부 ‘엄마’다. 이 대표와 이 부대표도 각각 6살 남아와 5살 여아, 2살 남아의 엄마다. 모두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던 경험이 있다. 이 부대표는 ‘엄마’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트업에 맞는 인재들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 복잡한 것들을 한 번에 처리한다거나 어려움이 있어도 일단 도전하는 등의 많은 능력을 가지게 된다”며 “이런 것들이 스타트업의 덕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그로잉맘을 시작한 계기도 아이를 낳고 부모라는 일이 어렵고 외롭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로 살아가는 장기 프로젝트를 잘 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는 육아하는 부모를 위한 상담은 없다시피 했다. 일반적인 온라인 심리 상담은 2030 직장인이 주대상이다. 오프라인 육아상담센터는 육아를 대상으로 하지만 치료가 주목적이고, 가격도 30~5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이 대표는 “‘첫째와 둘째가 너무 많이 싸운다’같이 가벼운 문제 상황을 해결하자고 수십 만 원을 지불할 수 있는 부모는 극소수다”며 “그런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화될 수 있는데 부모들은 고작 ‘맘카페’에 물어보거나 상황을 묵인하고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로잉맘은 상담센터에 가긴 부담스럽지만 현재 우리 아이와의 문제를 제대로 알고 싶은 부모를 위한 육아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분짜리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한 놀이 영상을 올리면 72시간 내로 전문가의 영상 분석 리포트가 나온다. 부모와 아이의 패턴, 아이의 강점, 보완점을 설명해준다. ‘아이가 놀이 중에 하는 소리를 따라하세요’와 같은 상호작용 추천 팁도 준다.
우선 온라인으로 리포트가 올라오고, 한 달 뒤에 오프라인 리포트가 배송된다. 이 데이터를 통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영상 분석은 7만원, 1회 기준 상담은 5회 구매 기준 1만원 꼴이다. 오프라인 상담에 비해 60% 이상 낮은 가격에 벌써 20번 이상 이용한 고객도 있다.
엄마라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면, 엄마라서 뜻하지 않은 ‘공격’을 받을 때도 있었다. 이혜린 부대표는 “사업 설명할 때 ‘남편은 뭐하냐’ ‘아이가 너무 어린데 그렇게 어린이집 일찍 보내도 되냐’ 등 사업이랑 아무 상관없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표는 “남성 창업자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을 들으면 짜증나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서 사업을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