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34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한국은 내년이면 광복 9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는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초고령 국가에 진입한 한국의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올해로 60대 이상 고령 인구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기초연금은 연 50조원을 넘어섰고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도 급격히 불어났다. 치솟는 사회보험료율에 청년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국적 포기자는 연 10만 명을 넘어섰다.’ (2034년 12월31일자 한국경제신문)
늙어가는 한국…4명 은퇴할 때 2명 경제활동 시작, 1명 태어난다
앞으로 16년 후인 2034년의 한국 상황을 그린 가상의 기사다. 이는 먼 얘기가 아니다.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와 인구 감소는 당장 내년 시작된다. 국내 인구 연령대에서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는 1959~1974년생(연령별 평균 인구 88만명)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은퇴한다. 이들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16년 뒤 60대 이상은 20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다섯 명 중 두 명이 60대 이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머지않아 가시화될 전망이다. 당장 앞으로 6년간 한국 인구 10명 중 한 명이 정년 나이(만 60세)를 맞이한다. 고령자 일자리는 물론 제대로 된 은퇴 프로그램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은퇴 인구가 쏟아지면 자산가격 하락, 자영업 경쟁 격화, 노년 빈곤층 양산, 세대 간 갈등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가 재정 부담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화 주역 퇴장 본격화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새롭게 은퇴연령에 진입하는 사람은 매년 평균 8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향후 6년간 은퇴하는 인구는 총 524만 명으로 총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산업화 주역으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1세대’(1959년~1964년생)가 내년부터 생산현장에서 본격 퇴장하는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년에 도달하기 전 명예퇴직 등으로 현장에서 멀어졌다. 이를 감안해도 매년 최소 50만 명씩 정년을 맞아 추가로 노동시장을 떠난다. 하지만 고령자 일자리는 태부족해 이들을 안아줄 시장은 사실상 전무하다. 고작 치킨집 창업이나 경비 같은 일용직으로 하루벌이 삶을 살아야 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은퇴 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자영업을 했다가 망하는 등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고령 은퇴자 급증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더 가속화할 우려도 크다. 이미 1인 가구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 가구의 빈곤화 탓에 가계소득 분배는 악화일로다.

내년엔 인구도 꺾인다.

이르면 내년부터 사망·국적 포기자가 출산·국적 취득자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도 사상 처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후 47만~49만 명을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3년 이후 43만 명대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는 35만8000명까지 추락했다. 올해는 33만 명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명 미만(0.95명)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30만 명 안팎에 불과할 전망이다.

반면 사망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3분기까지 22만 명으로 연말에는 29만 명 선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는 30만 명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연간 국적상실 및 이탈자가 귀화 및 국적회복자보다 연평균 2만 명가량 많다. 내년에는 출산·국적 취득 등이 31만 명 선, 사망·국적 이탈은 32만 명 선에 이를 전망이다. 우려했던 ‘인구절벽’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경제 충격 이미 시작

고령자 은퇴가 본격화되는 반면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진입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인구구조는 당분간 ‘네 명이 은퇴하는 동안 두 명이 경제활동인구로 진입하고 한 명이 출생’하는 형태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고령층 빈곤화, 중소기업 인력난, 재정부담 확대 등이 가세할 경우 경제 충격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임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이 가속화되고 1인당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그동안 확장돼온 한국 경제 구조가 축소 지향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성수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