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를 마친 후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여권에서 1년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채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상과 달리 다소 이른 시점에 ‘출마 희망자’를 취합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2020년 총선에 임하는 청와대의 자세가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 희망자는 누구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참모들을 대상으로 2020년 4월로 예정된 총선 출마 희망자에 대한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 나서고 싶어 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의견 수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10명 안팎이 출마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도전장을 낸 참모들은 1차적으로 선거를 1년여 앞둔 내년 3월께 청와대를 나와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한병도 정무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이 총선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 희망자들은 공공연하게 출마 희망 지역구를 논의하며 사전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임 실장 등 일부 참모들은 업무 공백, 출마 지역구 부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께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눈치를 보는 참모도 다수 있어 내년에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예상보다 이른 올 연말부터 총선 준비를 시작한 것은 다음 총선이 가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 드러나게 될 ‘총선 표심’은 정권 재창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지지율의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것)’ 현상이 나타나는 등 위기감이 높아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친문’ 인사를 대거 포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내각도 뒤숭숭…‘마음은 콩밭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내각에서도 상당수가 차기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부겸(행정안전부) 김영춘(해양수산부) 김현미(국토교통부) 등 문재인 정부 1기에 입각한 현역 의원들이 조만간 여의도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여성가족부) 장관 등 지난 9월과 10월 입각한 현역 의원들도 임명 당시 ‘1년짜리 장관이 아니냐’는 비판에 “총선 출마 여부가 핵심이 아니다”고 직접 언급을 피하며 출마 여지를 남겨놨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도 차출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총선 채비는 이미 지난 9월 평양에서 시작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당시 남북한 정상회담 직후 백두산 천지를 찾은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천지를 배경으로 ‘총선용 인증샷’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청와대와 내각이 ‘총선 모드’에 들어가면서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출마자들의 후속 인사 등으로 인해 ‘분위기 쇄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정책 단절과 추진력 상실이란 부작용을 초래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성과를 내야 할 임기 3년차를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 모드에 들어가느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 참모들의 출마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책 추진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