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버핏도 저커버그도, 경영 원동력은 독서
성공한 기업 리더들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창의성’과 ‘기민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후장대 산업을 기반으로 개인과 조직의 근면성을 강조했던 전통적인 기업에서 창의력과 기민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 현대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흐름을 따라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성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시장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 리더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이런 시대를 버틸 수 없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학습법, ‘독서’가 기업경영에 필요한 이유다.

독서경영 컨설턴트이자 직장인 독서모임인 ‘독서경영포럼’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강연과 컨설팅을 통해 독서경영을 전파하면서 정리했던 방법론을 《독서경영의 힘》에 담았다. ‘책 읽기는 자기경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개인이 어떻게 독서경영을 해야 하는지, 또 기업 리더는 독서를 통해 어떻게 자신을 변화할지를 알려준다.

책 중반부에 소개된 동서양 리더들의 독서법을 비교 분석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동양 리더들 가운데 중국의 정치혁명가 마오쩌둥을 가장 먼저 소개한다. 마오쩌둥은 수만 권의 역사서를 읽고 붓으로 기록했다. 중국 역대 국가주석들 역시 꾸준한 독서를 연설이나 각종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 활용했다. 당나라 이백이나 두보 등 한시를 인용해 문담(文談)을 즐긴다는 점을 사례로 보여준다.

서양 리더들의 독서법에선 우리가 잘 아는 유명 기업인들을 예시로 삼아 눈길을 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분야 책 대신 신문과 잡지, 주식 및 채권 시장에 대한 뉴스레터, 투자 정보 관련 책 등 자신의 전공인 투자와 관련한 모든 자료만 집중적으로 읽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IT 회사 대표임에도 그리스어와 라틴어 고전을 꾸준히 읽는다. 피터 드러커 등 경영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페이스북 회원들과 온라인 독서토론도 벌인다. 소문난 독서광인 빌 게이츠는 책을 읽은 소감을 항상 귀퉁이에 메모하고 이를 정리해 지인들과 나눈다.

저자는 “독서를 하면 10년 후 상당히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도 독서경영은 자기경영 및 조직경영을 잘하기 위한 독서가 돼야지, 독서를 위한 경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재미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삶과 또 조직의 성과를 위한 독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란 돈과 명예, 권력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가치, 행복, 보람 등 다양한 덕목이다. 다만 ‘책 읽기는 최고의 자기계발’ ‘독서는 인간의 삶을 치료해 준다’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식의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주제가 읽는 내내 반복되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