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처칠·카프카·뉴턴…그들을 키운 건 우울증
정신병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은 차갑다. 정신병이 나약함의 상징이며 환자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점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성취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를 쓴 세계적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는 인류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의 정신 상태를 추적한다. ‘검은 개’와 ‘쥐’는 윈스턴 처칠과 프란츠 카프카를 평생 괴롭혔던 우울증과 조현병을 각각 가리키는 별명이다. 처칠은 무관심한 부모 아래에서 소극적이고 침울한 성격을 갖게 됐다. 영국과 전 세계가 그의 업적을 칭송했지만 그는 평생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비관했다. 카프카는 어릴 적 두 동생의 죽음을 겪으며 불확실성을 두려워했고 연인에게 집착했다. 아이작 뉴턴은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방임으로 죽기 전까지 피해망상과 고독에 시달렸다.

이들을 평생 괴롭혔던 정신병은 되레 성취의 발판이 됐다. 신경증에 시달리던 그들은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 연구 같은 창조적 행위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카프카가 좀 더 행복했더라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크게 줄어들었을지 모른다”고 서술한다. 행복한 사람은 진보와 도전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오가며 위인들의 어두웠던 내면을 파고든다. 깊든 얕든 한 번쯤은 마음의 병을 겪어봤을 이들에게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책이다.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글항아리, 455쪽, 1만8000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