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섯번째 유니콘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우아한형제들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이날 체결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새로 발행하는 신주 1000억원과 일부 VC들이 보유한 구주 2000억원을 사들이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3조원으로 인정받았다. 중국 최대 VC인 힐하우스캐피탈은 우아한형제들의 기존 주주다. 이번 투자를 통해 김봉진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의 지위를 다졌다. 세콰이어캐피탈과 GIC는 새 주주로 합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 크래프톤, 옐로우모바일, 토스, 빅히트에 이어 국내 여섯번째 유니콘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받을 당시 7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1년여새 4배 넘게 늘어났다. 그 사이 배달의민족의 월 평균 주문량은 1500만건에서 2700만건으로, 연 매출은 15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불어났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출 1000억원대를 넘어선 스타트업이 이 정도의 빠른 성장세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VC와의 상생 8년
배달의민족은 2010년 디자이너 출신인 김 대표가 음식점의 전단지를 주워 전화번호를 저장하며 시작한 배달앱으로 출발했다. 이후 20대를 공략한 ‘B급 감성’ 광고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편리한 배달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자영업자들 몫을 수수료로 빼앗는 회사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2015년 ‘수수료 0%’를 선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 기반을 키워야 한다”는 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압도적인 시장 1위 사업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월 평균 800만명의 이용자가 2700만건의 음식을 주문하는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음식점들이 적극적으로 광고비를 지출하는 선순환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VC들은 든든한 우군이 됐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이 투자한 3억원을 종잣돈 삼아 출발한 우아한형제들은 이후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힐하우스캐피탈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피를 섞었다. 작년에는 네이버로부터 전략적 제휴를 동반한 35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푸드테크 기업으로 진화
이번 투자에 참여한 힐하우스캐피탈은 중국 최대 VC다. 미국 세콰이어캐피탈도 구글, 애플, 유튜브 등에 초기 투자한 미국의 대표적 VC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의 참여도 눈에 띈다. 이들 글로벌 투자자들은 배달의민족이 압도적 1위인 시장 지위를 발판으로 향후 푸드테크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달앱 회사인 그럽허브의 시가총액은 이미 9조원을 넘어섰고 영국 저스트잇,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배달서비스 업체들도 기업가치가 5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개발 등 4차 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 스피커에 배달앱을 탑재하는 등 AI 분야는 네이버와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자율주행 로봇 분야는 현대그룹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인 현대무벡스와 업무협력을 맺고 아파트 단지에서 배달이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피자헛은 올해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를 매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5년 내 음식과 식료품, 신문 등을 배달하는 딜리버리 로봇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이동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