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분기별로 한 번씩 하는 상장사 실적 발표 횟수를 줄이는 방안에 관한 의견 공모를 시작한다.

제이 클레이튼 SEC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기업들이 발표하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가이던스(전망치)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는 규정 변경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업과 투자자들의 의견을 90일간 수렴한다.

이는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기별로 연 4회씩 하는 실적 발표를 연 2회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에서 “실적 발표가 너무 잦아 상장사 부담이 크고 단기 성과주의가 만연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제도 변경을 요청했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기준에 맞춰 분기마다 한번씩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이 반기별 실적 공시로 발표 횟수를 줄이면 전세계 기업들이 이 규정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분기별로 상장사 실적 보고를 요구하는 관행이 있었다. SEC는 1970년부터 이를 공식적으로 규제했다. 유럽연합(EU) 기업들은 6개월에 한번만 실적을 공개하고 나머지 분기에는 매출 등 간략한 사항만 발표한다.

미국 기업들은 실적 발표 횟수 축소에 찬성하고 있다. 단기 실적에 지나치게 연연해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적 발표 횟수가 줄면 투자자들이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알기 힘들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