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과 소통하는 콘텐츠 제작 역량 키워야
‘한류’라는 용어가 회자된 지도 어느덧 20년 됐다. 이제는 다소 식상하게 들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평가가 다양하지만 아직도 한류라고 하면 가슴 한편엔 뿌듯함과 함께 아쉬움도 느낀다. 방탄소년단(BTS) 앨범 빌보드 1위와 유엔 총회 연설, ‘태양의 후예’ 등 드라마 수출, 발매 3년 만에 세계 최대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1위를 한 ‘배틀그라운드’ 등과 같은 기사는 여전히 한류가 생동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100조원이 넘는 산업 규모, 수출 대상 국가 확대, 콘텐츠 기업의 성장이라는 실적은 국내 콘텐츠산업의 역량을 보여준다. 하지만 콘텐츠산업의 힘은 외적 규모에만 있지 않다. 숫자로 표시할 수 없는 소통과 공감이 콘텐츠의 힘이다.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콘텐츠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시장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집중을 가져온다. 국경이 없는 자본의 흐름은 국내 콘텐츠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콘텐츠산업계는 중소 규모 기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이 콘텐츠 제작 역량과 기반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 토대가 소멸될 것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리한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새로운 단계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늦지 않게 정책이 나왔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문체부는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산업을 제작, 시장 수요 그리고 환경 조성 측면의 세 차원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 환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원, 인프라, 인력, 연구개발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신시장과 시장 수요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정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환경 정착을 위해 10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엔 콘텐츠 제작·유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요구한 사항이 다수 포함되는 등 현장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책 추진에서 지역 분권 및 협력에 대한 내용과 10년 전에 제기된 ‘공정 환경’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정책금융의 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재원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투자 및 융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셧다운제, 스크린 독과점 등에 대한 논의를 폭넓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과 특히 콘텐츠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세제 개선 과제를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선 한국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이번 대책에 담지 못한 새로운 정책 의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과제다. 이번 대책의 효과적인 집행과 성과 달성을 위해 단순 실적이 아니라 정책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콘텐츠업계 역량도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해 업계가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