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무리 못 지으면 3년 연속 연내 타결 실패
노조 "신뢰 바탕 교섭 중…잠정합의안 쉽게 나올 수도"
집중교섭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사가 연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가 올해 안에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3년 연속 연내 타결에 실패하는 것이다.

노사는 2016년 교섭 과정에서 해를 넘겼고, 지난해 교섭 역시 연내 타결에 실패해 올해 2월 2년 치 임단협을 한꺼번에 마무리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9일까지 연내 타결을 위한 집중교섭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노조는 이 기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연내 타결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합원 설명회 등에서 노사가 잠정합의하는 임단협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19일 전후로 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이에 따라 노사는 지난 4일부터 매일 병행해온 본교섭과 실무교섭에 힘을 더 싣는 모양새다.

노조는 "교섭 마무리에 걸림돌이 있다면 노사 대표가 담판을 짓자"고 제안한 상태다.

회사도 연내 타결 목표에 공감하고 교섭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다음 주중 교섭 관련 입장을 정리해 노조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서로 연내 타결 의지는 확인했지만, 입장차이를 좁히기까지 양측 모두 큰 양보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가장 최근인 지난 13일 본교섭을 열었지만, 고용안정과 임금 등 현안에 대한 공감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요구안은 지난 7월 제시한 기본급 7만3천373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기준 확정 등이다.

노조는 또 회사가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할 것을 요구해왔다.

지금까지 회사가 제시한 안은 임금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 등이다.

노조는 19일까지 교섭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20일과 21일 상경 투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내 타결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파업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회사 기물을 훼손한 것도 연내 타결을 위한 교섭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중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2일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승리, 구조조정 중단' 등을 내걸고 부분 파업할 당시 일부 조합원들이 사내 도로, 사무동 현관, 공장 등에 페인트 스프레이로 욕설을 담은 낙서를 하거나 스티커를 붙였다.

회사는 지난 14일 사내소식지에서 "파업권 행사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노조와 훼손한 개인을 대상으로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인사 조처할 방침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연내 타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새로운 사장이 부임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노조 역시 반복되는 파업 등에 쌓인 조합원 피로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교섭 때도 부침을 겪다가 새해를 코앞에 둔 24일 잠정합의안을 마련, 28일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됐다.

노조 규정·규칙상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는 투표 24시간 전에만 공고하면 되기 때문에 노조가 정한 19일을 넘겨도 연내 투표 가능성은 있다.

올해 현대중 임단협은 지난 5월 시작됐으나 입장 차이가 컸다.

지난 7월에는 노조 측 교섭위원이 사측 교섭위원에게 욕설해 파행을 겪었고, 석 달여만인 지난달 6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중재로 교섭이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해양공장이 수주 물량이 없어 가동 중단돼 2천여 명에 달하는 유휴인력 문제를 놓고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교섭 재개 이후에는 사측 일부 노무관리 담당자가 조합원 성향을 나눠 관리해왔다는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 관계에 얼어붙었으나, 새로 부임한 한영석 사장이 노조를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하고 노사업무 전담조직 폐지하면서 갈등이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내 타결 가능성은 반반으로 본다"며 "일단 노사가 현재 어느 정도 신뢰를 바탕으로 교섭 중이기 때문에 쉽게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