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전망이다. 내년에도 조선 빅3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부터 실적 정상화”

'조선 빅3' 중 처음으로 올해 수주목표 달성…'韓 조선업 부활' 신호탄 쏜 현대重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과 6335억원 규모의 해군 함정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해군의 2800t급 2단계 차기 호위함 가운데 7, 8번 함이다. 2020년 하반기 건조를 시작해 2023년까지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1980년 한국의 최초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여 척의 함정을 건조했다.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함정 건조 실적을 갖고 있다.

이번 해군 함정 수주로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133억달러어치(153척) 선박을 수주했다. 212억달러(319척)를 수주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올해 조선 부문 수주 목표액(132억달러)도 1억달러 초과 달성했다. 전 세계적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늘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 25척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5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가스선 분야에서만 40척을 수주했다. 유조선(56척) 컨테이너선(50척) 벌크선(4척) 군함(2척) 카페리선(1척) 등 수주 선종도 다양하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부터 수주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수주 이후 실제 건조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조선업계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59억달러)과 2017년(99억달러) ‘수주 절벽’을 겪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0년부터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300억원가량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현대중공업은 내년 흑자(398억원) 전환에 성공한 뒤 2020년엔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 수주도 ‘파란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연말 수주 스퍼트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2112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수주 목표액(73억달러)의 85%인 62억2000만달러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도 글로벌 선사들과 LNG 운반선 수주 협상을 하고 있어 추가 수주가 유력하다.

전망도 밝다. 올해 조선 빅3가 수주를 싹쓸이한 대형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어서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7척이 발주된 17만㎥급 대형 LNG 운반선은 올해 말까지 세 배 이상 늘어난 60척이 발주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69척이 추가 발주되는 등 2027년까지 연평균 63척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함 등 정부의 공공 선박 발주 확대도 중소 조선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680억원 규모 해군 다목적 훈련지원정 후속함 2척을 수주했다. 정부는 중소 조선사 일감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선 40척을 공공 발주할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