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상 "원격의료·승차공유 등 진입규제 안 풀면 경제 재도약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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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인터뷰
전례없는 실물경제 위기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탓
新산업 규제개혁이 최우선
시기 놓치면 선진국 격차 못좁혀
강점 있는 분야에서 승부
2차전지·5G·사물인터넷 '우위'
대기업 혼자 혁신제품 못만들어
中企와 역량 합쳐 시너지 내야
전례없는 실물경제 위기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탓
新산업 규제개혁이 최우선
시기 놓치면 선진국 격차 못좁혀
강점 있는 분야에서 승부
2차전지·5G·사물인터넷 '우위'
대기업 혼자 혁신제품 못만들어
中企와 역량 합쳐 시너지 내야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 연구를 총괄하는 산업연구원의 장지상 원장(62)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산업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실물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위기여서 특단의 개혁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시급한 개혁 과제로는 규제 혁신과 산업생태계 혁신을 꼽았다. 특히 원격의료, 승차공유 등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진입 규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출신인 장 원장은 기업 지배구조를 주로 연구해온 학자로 올해 4월 산업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전 경제수석) 등과 함께 ‘학현학파’(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배운 분배 중시 진보학자 모임)로 분류된다.
▶한국 경제가 과거 경험한 적 없는 실물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분야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된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쉬웠죠. 하지만 지금은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신산업 창출은 늦어져 실물경제 자체가 침체되는 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제조업 생산 증감률은 1분기 -2.8%, 2분기 0.5%, 3분기 -2.2%로 부진이 깊어지고 있어요.”
▶내년 산업 경기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세계 경기 위축, 중국 성장세 둔화 등이 더해져 수출과 생산 증가 흐름이 올해보다 약해질 것 같습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등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가 줄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다만 조선은 수주 증가로 경기가 올해보다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는 올해보다 둔화되겠지만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 외에 왕도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중요하고요. 안전, 환경 규제는 강화해야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진입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원격의료, 핀테크(금융기술) 같은 신기술이 대표적이죠. 규제를 풀어 기술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시기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또 다른 개혁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혁신형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엔 대기업이 지휘하면 중소협력업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대기업 혼자서 혁신 제품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혁신 역량을 연결해 같이 진화하는 생태계가 돼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일은 이런 차원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R&D 투자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R&D 결과물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어요. 시장에서 먹힐 만한 R&D를 하지 않는 게 1차적인 문제입니다. R&D 과제 선정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특허를 개발한 뒤 손을 놓는 일이 많은데 상용화 R&D, 즉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습니까.
“제조업 기반이 강한 독일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독일 국책연구소인 프라운호퍼는 R&D 과정에 60여 개 연구소와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이 참여해 활발하게 협업하더군요. R&D에 그치지 않고 생산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우리와의 차별점입니다. 나아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제조 2025’와 같은 큰 틀의 산업 전략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승산이 있고 집중 육성해야 할 신산업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은 승산이 있습니다.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분야 등 신산업에 널리 쓰이는데 한국은 소형리튬 2차전지에서 세계 1위입니다. 핵심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 등이 더해지면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도 중요합니다. 이들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와 같은 기본 인프라예요. 지금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육성해야 합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소득주도성장은 쉽게 말하면 분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소득 분배 형평성이 갈수록 떨어져 내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다소 빠른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경제 주체들에 부담이 될 듯합니다.”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구테크노파크 기획실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
△한국산업조직학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장
△경북대 경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출신인 장 원장은 기업 지배구조를 주로 연구해온 학자로 올해 4월 산업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전 경제수석) 등과 함께 ‘학현학파’(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배운 분배 중시 진보학자 모임)로 분류된다.
▶한국 경제가 과거 경험한 적 없는 실물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분야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된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쉬웠죠. 하지만 지금은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신산업 창출은 늦어져 실물경제 자체가 침체되는 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제조업 생산 증감률은 1분기 -2.8%, 2분기 0.5%, 3분기 -2.2%로 부진이 깊어지고 있어요.”
▶내년 산업 경기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세계 경기 위축, 중국 성장세 둔화 등이 더해져 수출과 생산 증가 흐름이 올해보다 약해질 것 같습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등의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가 줄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다만 조선은 수주 증가로 경기가 올해보다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는 올해보다 둔화되겠지만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 외에 왕도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중요하고요. 안전, 환경 규제는 강화해야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진입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원격의료, 핀테크(금융기술) 같은 신기술이 대표적이죠. 규제를 풀어 기술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시기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또 다른 개혁 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혁신형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엔 대기업이 지휘하면 중소협력업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대기업 혼자서 혁신 제품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혁신 역량을 연결해 같이 진화하는 생태계가 돼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일은 이런 차원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R&D 투자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R&D 결과물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어요. 시장에서 먹힐 만한 R&D를 하지 않는 게 1차적인 문제입니다. R&D 과제 선정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은 특허를 개발한 뒤 손을 놓는 일이 많은데 상용화 R&D, 즉 시제품 제작 단계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습니까.
“제조업 기반이 강한 독일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독일 국책연구소인 프라운호퍼는 R&D 과정에 60여 개 연구소와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이 참여해 활발하게 협업하더군요. R&D에 그치지 않고 생산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우리와의 차별점입니다. 나아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중국의 ‘제조 2025’와 같은 큰 틀의 산업 전략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승산이 있고 집중 육성해야 할 신산업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전 등은 승산이 있습니다.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분야 등 신산업에 널리 쓰이는데 한국은 소형리튬 2차전지에서 세계 1위입니다. 핵심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 등이 더해지면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도 중요합니다. 이들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와 같은 기본 인프라예요. 지금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육성해야 합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소득주도성장은 쉽게 말하면 분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소득 분배 형평성이 갈수록 떨어져 내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다소 빠른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경제 주체들에 부담이 될 듯합니다.”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구테크노파크 기획실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
△한국산업조직학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장
△경북대 경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