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특성화고등학교 모집 정원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는데도 입학 경쟁률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과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고졸 취업’이 과거보다 힘들어지자 특성화고 인기도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70개 특성화고 내년 신입생 일반모집을 마감한 결과 1만5502명 선발에 1만7241명이 지원해 1.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만6172명을 뽑는데 1만8066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12 대 1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모집 정원을 670명 줄였지만 지원자 감소폭(825명)이 더 커서 경쟁률이 하락했다. 특성화고 입학 경쟁률은 1 대 1을 간신히 넘기고 있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작년에도 지원자들이 인기 학교·학과에 몰리면서 전체 특성화고의 62.9%인 44개 교가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상황을 겪었다. 특성화고 미달 사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16개 교, 2015년에는 19개 교, 2015년에는 2개 교의 지원자가 모집 정원보다 적었다. 서울교육청은 지원자 미달 학교 추가 모집을 7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특성화고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건 경기 둔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졸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는데다,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학부모나 교사들이 특성화고 진학을 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안전사고로 사망하면서 현장실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보통 특성화고 학생 취업은 고3 현장실습을 매개로 이뤄지는데 현장실습 기회가 사라지니 취업이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특성화고 관계자들은 고졸 취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족을 인기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교장은 “이명박 정부 때는 마이스터고 신설을 통해 범정부적으로 고졸 취업 활성화에 적극 나섰는데 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고졸 취업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며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