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미·중 무역전쟁, 확전은 피했지만…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글로벌 동조화에 균열이 생겼다. 미국은 여전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거품 규제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정치적인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일본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원하는 수준의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 후 나타나는 물가 상승)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내년에도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통화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빚을 늘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겠지만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로 예상했다. 작년, 올해와 같은 수치다.

꾸준히 전진할 글로벌 경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부양정책이 Fed의 긴축정책을 상쇄하면서 경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탄탄한 성장성, 낮은 물가상승률, 잘 제어되고 있는 노동 비용 등의 요인이 기업 실적 향상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 여파로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으나 정부가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실행해 이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 새 기업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러나 기업들 체력은 아직 튼튼하다. 기업 이익률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상태고, 현금 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높은 금리와 달러화 강세로 자산시장이 타격을 입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탄력 있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인플레이션도 선진국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정되는 모습이다.

미국 가계부채가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축소됐고, 기업 부채도 현금흐름 비율과 부채 대비 순자산 비율 등의 지표를 고려하면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분석된다. 다만 공공 부문 부채가 2008년 이래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악재다.

미·중 협상 결렬 땐 신흥국 타격

무역전쟁은 미·중 정상이 추가 관세 보류에 합의하면서 확전은 피했다. 앞으로 실무 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무역전쟁의 영향은 일부 국가, 일부 업종에 제한됐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대세를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 미국 경제에서 수출 비중은 12%밖에 되지 않고, 중국도 수출이 경제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 무역 규모는 경기 호황 덕분에 오히려 4%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무역전쟁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무역의 확대 속도를 지연시킬 것이다. 글로벌 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국가와 손해를 입는 국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에 의존해 성장한 신흥국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지금까지는 달러 강세가 수입 가격 상승을 막아줬지만 결국에는 관세 비용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것이다. 기업 이익에도 타격을 줄 것이며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이 투자 대신 위험을 회피하는 데 치중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