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경기침체 등 악재에도
A급 오피스 선호현상 이어져
거래액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활황세 2~3년 지속될 가능성
2018년 ‘기록적 한 해’
부동산 컨설팅업체 에비슨영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서울 오피스 빌딩 거래액(매매가 기준)은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6년 8조1600억원을 61%가량 넘어선 규모다. 올해 말까지 자금 납입이 마무리될 연면적 3만㎡ 이상 A급 오피스 빌딩 거래를 집계한 결과다.
지난해 말 ‘2018년부터 시장이 악화할 것’이라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3분기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래액 기준 10대 오피스 빌딩 거래 중 4건이 서울에서 이뤄졌을 만큼 시장이 뜨거웠다. 유명한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파트장은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비중을 늘린 국내 기관투자가가 늘어났고, 대형 증권사들도 시장에 진입하는 등 호재가 넘쳤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분기에 와서야 올린 것도 시장을 달구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큰손’들도 한국 오피스 시장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환금성이 높고 투명성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M&G는 서울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빌딩에 올해 단일 빌딩 최고액인 1조1200억원을 베팅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홍콩계 투자사 림어드바이저스는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를 면적당 역대 최고가인 3.3㎡당 2810만원에 팔았고, KKR은 이 돈을 다시 벨레상스호텔 재건축 프로젝트(메디치 프로젝트)에 넣었다.
한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 대표는 “서울 대형 오피스 거래는 대부분 경쟁입찰로 이뤄지고, 세금 조건도 완화하는 등 꾸준히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며 “최근 글로벌 투자사 사이에서 ‘홍콩과 도쿄 부동산 시장에 비해 서울이 더 (해외 자금에) 개방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공급은 줄고 대기자금은 넘치고
내년 통계에 잡히는 대형 거래도 사실상 올해 이뤄졌다. NH투자증권이 매입키로 한 서울스퀘어(1조원)와 KT AMC-BC카드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써밋타워(8600억원) 거래는 자금 납입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아부다비투자청은 12월 스테이트타워 남산의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면적당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서울 A급 빌딩의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데 반해 대기자금은 더욱 늘어나 2~3년간 활황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파트장은 “앞으로 5년간 평균 연면적 56만㎡ 규모의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는데, 이는 최근 3년 평균 공급량의 절반 수준”이라며 “서울에 A급으로 분류된 210여 개 빌딩 중 펀드나 리츠가 소유해 매매가능한 자산은 80여 개에 불과해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수요는 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은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에 배분 규모를 지난 5년간 연 평균 12.6% 늘렸다. 최근 들어 증권사 및 보험사가 굴리는 퇴직연금 계정과 각종 공모 펀드도 대형 부동산에 베팅하고 있다.
에비슨영코리아는 내년 A급 빌딩 거래액을 올해보다 대폭 줄어든 6조~9조8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악재를 반영했다. 하지만 내년 공실률은 8.7~9.7%로 올해 3분기(10.3%)에 비해 안정화할 것으로 봤다. A급 오피스 빌딩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