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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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인당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정 모(95)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1944년 9∼10월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정 할아버지 등은 불법행위인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합친 1억1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2000년 5월 국내 소송을 냈다.

이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역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식사나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일본군, 일본 경찰 등의 통제 속에 좁은 숙소에서 10~12명이 생활해야 했고 가족과의 서신도 검열 받았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기산하더라도 소송청구가 그로부터 이미 10년이 경과돼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2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 현 미쓰비시중공업이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다른 기업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각각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정 할아버지 등이 2000년 소송을 제기한 지 18년 6개월 만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