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 한국에코팜 대표(맨 뒷줄 오른쪽)와 직원들이 회사 농장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에코팜 제공
김영균 한국에코팜 대표(맨 뒷줄 오른쪽)와 직원들이 회사 농장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에코팜 제공
지난 22일 오후 4시께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초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마을 앞 들판은 대부분 수확이 끝나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농업회사법인이자 사회적 기업인 한국에코팜(대표 김영균)의 들에는 트랙터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에서 종자수확 작업을 하고 있는 동네 어르신은 한국에코팜 직원 권혁하 씨로 올해 85세다. 권씨는 “그전에는 농사를 작은 규모로 지어도 주말과 밤낮없이 매달려야 했지만 이제는 직장인처럼 주 5일만 근무한다”며 “영균 형제들 덕분에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권씨는 매년 500만원을 마을에 기부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용감한 형제들’로 통하는 김영균(43)·상균(39) 형제는 명맥이 끊길 뻔한 한국의 종자산업을 대기업과 함께 살려내며 소멸위기의 경북 농촌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가 유아용품 매장을 12년간 운영했던 김영균 대표는 2012년 농사일을 하던 동생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채종단지를 운영해 종자콩의 품종을 테스트하고, 콩 벼 녹두 팥 등 국내산 농산물의 종자를 생산해 농민들에게 나눠준 뒤 품질이 좋은 콩 벼 녹두 등 원물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한다.

처음에는 몬산토와 일했지만 CJ제일제당이 2015년 3월 종자 관련 법인을 설립하면서 2016년부터는 CJ브리딩과 일하고 있다.

고향인 대죽리의 농민들은 고령화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지자 비닐하우스에서 품팔이를 해왔다. 하루 종일 품을 팔아도 5만원밖에 못 받던 30여 농가의 어른들은 종자 생산으로 안정된 일거리를 찾았다. 김씨 형제가 운영하는 한국에코팜의 직원들이 계약물량 확보, 수확, 포장, 배송 등 힘든 부분을 모두 해결해준다. 마을 어른들은 농작물 관리만 잘하면 안정된 수입과 주말이 보장된다. 소멸위기를 맞은 농촌의 고령화된 농민과 청년들이 함께하기에 안성맞춤인 사업이다. 김 대표는 “농민들은 콩은 40㎏ 한 가마에 시중보다 4만원 높은 19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는 10곳이었지만 이제는 60곳으로 늘어났다. 고향인 지보면뿐만 아니라 용궁면, 안동 풍산면의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면서 농촌마을의 삶을 바꿔놨다. 김씨 형제는 부산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단지, 대구 하중도 코스모스단지 등 전국의 유명한 경관단지 조성사업을 하면서 농한기 농민의 수입도 늘려주고 있다.

형제 둘이 일하던 회사의 직원은 11명으로 불어났다. 2016년 2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8억원으로 증가했다. 계약재배를 하는 60여 농가의 수입을 합하면 30억원이 넘는다. 김 대표는 “신규 우수품종을 선점하고 생산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매출을 100억원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며 “대기업과 협력해 종자산업도 키우고 소멸위기 농촌도 많이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예천=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