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10만 업소를 돌파했다. 2017년 28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7만6393명이 응시, 2만3698명이 합격해 31%의 합격률을 보였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부동산 중개시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공인중개사는 이런 시장 현실에 업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지, 능동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부동산 분야는 업종 간 칸막이가 낮아지고 융합되면서 종합서비스 형태로 변하고 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시장 진입으로 논란이 된 트러스트부동산은 부동산 중개만 아니라 법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수도권에서 3억원 이상 거래엔 중개보수와 법률보수를 모두 포함해 99만원이라는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정부도 부동산산업 선진화 방안을 지원하기 위한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 인증’을 도입한다. 자본과 조직을 갖춘 부동산 관련 법인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업 공인중개사의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부동산 중개업과 주택임대관리는 업무 성격상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임대관리의 시작은 임대주택 구입·입주자 모집에서 출발하는데 이는 부동산 매매(토지의 매입·건축물 분양 포함), 전·월세 거래 중개라는 개업 공인중개사 고유 업역과 일치한다. 또 법 규정에 의한 주택임대관리업체 등록이 2014년 2월부터이므로 불과 4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에서 규정해 ‘주택임대관리업’ 등록).

주택임대관리는 주택에 대한 임대차 관계가 형성될 때부터 존재했으며 4년 전 갑자기 부동산시장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택임대관리라는 영역을 낯설게 느끼는 이유는 아직도 주택임대시장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임대인(집주인)이 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관리를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주택임대관리 시장 커지고 있어

4년 전 주택임대관리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해 비용을 지급하며 임대용 주택 관리를 위탁하려는 임대인 수요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여러 갈등 요인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법률로서 규정할 필요가 생겼음을 뜻하기도 한다. 주택임대시장의 변화를 크게 나눠보면 사회구조적 변화, 주거문화 변화,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대한 개인의 진입 등을 들 수 있다.

사회구조적 변화로는 1~2인 가구의 증가, 인구 고령화, 도시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기대수명 연장 등을 들 수 있다. 주거문화 변화로는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 공간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 월세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은퇴 이후의 노후대책으로써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시장 진입이 주택임대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주택임대시장은 공급자 중심이었다. 임대주택 부족으로 임차인 수요가 많을 땐 임대인이 굳이 관리를 맡길 만한 유인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지역에 따라 임차인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주택임대관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업 공인중개사는 그 지역 부동산시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직접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면하면서 취득한 부동산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정보, 즉 주택임대시장 관련 정보는 특히 임대인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는 결국 주택임대관리의 성패를 결정짓는 키포인트다. 임차인이 원하는 임대료 수준, 옵션, 생활환경, 시설물 상태 등을 잘 파악해 임대인의 주택임대사업에 반영시켜 임대차 계약으로 연결하는 개업 공인중개사는 이미 훌륭한 주택임대관리자다.

중개사 블루오션은 임대관리

주택임대관리시장은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직접 관리하거나 지역의 개업 공인중개사 등 소규모 업체가 관리하는 시장과 대기업·기업형 건설업체·기업형 시행사 등이 직접 임대주택 사업 개발부터 건설까지(지주 공동 사업 포함) 수행하고 사용검사 후 주택임대관리까지 맡는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시장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는 시점에 주택임대관리시장을 대기업에서 차지하고 지역 내 소규모 업체는 고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각각의 시장은 별개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보면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업체가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 내 소규모 업체가 사라지지 않았고 임대인(집주인)이 직접 관리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부동산 중개시장은 해마다 배출되는 2만 명의 공인중개사 합격생, 기존 개업 공인중개사가 경쟁하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 중심의 소규모 주택임대관리에 개업 공인중개사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매월 고정적인 관리 수입과 거래 물건 확보뿐 아니라 주택과 관련된 다른 수익 사업까지 생각한다면 1호의 관리라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경완 < 홈잇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