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안정보다 혁신에 방점…50세 최연소 사장 외부 영입
LG그룹이 28일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부회장급 경영진을 포함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는 대신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주)LG의 팀장급 경영진은 전원 교체했다. ‘안정 속 변화’를 추구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속내를 찬찬히 뜯어보면 ‘변화’에 더 무게중심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가 앞으로 LG그룹의 경영 전략과 계열사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 미래 준비·CEO 후보군 확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주)LG에서 이뤄졌다. 구 회장은 그룹 정기 임원인사보다 4개월 앞선 지난 7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주)LG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이날 정기 임원인사로 권 부회장 아래 10명의 팀장이 모두 바뀌었다. 인사팀장(이명관 부사장)과 재경팀장(하범종 전무)은 이미 새로 선임됐고, 이날 정기 인사에서 나머지 8명의 팀장이 모두 교체됐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CEO 후보군인 신임 상무들도 대거 승진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LG그룹 계열사들의 신규 임원(상무) 승진 수는 총 134명으로 2004년 GS그룹과 계열분리 이후 최대 규모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할 조직도 신설했다. (주)LG엔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총괄할 ‘자동차부품팀’이 새로 꾸려졌다. LG전자는 CEO인 조성진 부회장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 ‘자율주행사업태스크’ 등 2개 조직을 신설했다.

(2) 외부영입·순혈주의 타파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것도 과거 LG그룹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변화다. (주)LG에서만 3명의 고위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그중 2명이 팀장급이다. 홍범식 베인&컴퍼니 한국 대표는 (주)LG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영입됐다. LG그룹이 그동안 투자은행(IB)업계와 컨설팅업계에서 영입한 최고위직 인사다. 1968년생으로 구 회장(1978년생)을 제외하면 사장급 이상 경영진 중 최연소다. LG전자는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를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예전 VC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외부 영입으로 조직의 관료화를 막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처럼 내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도 이달 초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71년 LG화학 역사상 첫 외부 CEO다.

(3) 성과내는 CEO 중용

성과주의 인사도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 뚜렷한 특징이다. 권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한상범(LG디스플레이), 하현회(LG유플러스), 차석용(LG생활건강) 등 5명의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성과를 내는 CEO는 굳이 나이, 재임 기간 등을 따지지 않고 중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LG그룹 70개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 수는 총 185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154명을 갈아치웠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공로가 반영됐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를 ‘세계 1위’ 반열에 끌어올린 김종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 계열사를 통틀어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LG이노텍의 CEO(사장)로 선임됐다. LG생활건강에선 2015년부터 중국 화장품 사업을 총괄해왔던 김병열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아시아사업 총괄직을 맡았다.

좌동욱/고재연/민지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