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이 전자, 디스플레이, 유플러스, 생활건강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유임시켰다. 지난 9일 LG화학 CEO를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하자 "다른 계열사 부회장도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실용주의 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지주사인 ㈜LG는 '전면 쇄신'에 집중했다. 그룹 전반의 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부품, 기업 미래를 책임지는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변화를 택했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전자, LG화학, LG상사, LG유플러스 등 5대 핵심 계열사의 주요 임원을 전입해 시너지를 높였다. 외부 전문가를 통한 변화와 기존 경영진을 통한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에 대해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해 미래성장을 이끌어 갈 인재 풀을 확대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역량을 보강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설명했다. 지속 성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미래 준비와 성과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는 의미다. 성과주의 원칙도 지켜졌다. 잘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신규 발탁해 미래 사업을 맡기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신규 임원인 상무가 대거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2004년 GS 등 과의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고 규모가 상무로 승진했다. 이는 계열사별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한 데 따른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해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조치다.

성과와 전문성, 성장 잠재력을 갖춘 신규 상무 승진자를 대거 발탁한 것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과주의는 LG 계열사들이 강조하는 최우선의 인사 원칙이다.

가장 큰 특징은 외부인재를 적극 영입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역량을 채우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 미래 준비와 성과에 집중한 인사"라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인사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승진자의 60%가 이공계 출신으로 엔지니어 등 기술인력이 중용됐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5G, 지능형 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의 사업 경쟁력 확보를 고려한 인사다. 또 여성 인재에 대한 동기부여와 회사 내 성장 비전도 제시했다. LG 여성 임원은 2014년 14명에서 올해 2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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