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급 불균형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사이 7% 하락했다. 기술적 반등도 없이 12일 연속으로 유가가 하락한 것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가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한 1983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사우디 감산 말라"…유가 7% 급락
13일(현지시간) NYMEX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4.24달러(7.1%) 하락해 작년 11월16일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5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1%의 낙폭은 2015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크다. 런던선물거래소의 1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6.82% 급락한 배럴당 65.3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하루 평균 원유 수요량이 올해 대비 129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유가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OPEC은 7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

유가 하락세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3일 WTI 시세는 4년 만의 최고인 배럴당 76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6주 만에 28%나 떨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각국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는 등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가 발효된 지난 6일엔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8개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유예하자 유가는 더 힘을 잃었다.

그 뒤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장서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평균 50만 배럴 줄이고, OPEC을 통해 다른 산유국의 감산을 유도하기로 했지만 소용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우디와 OPEC은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기 바란다”며 “유가는 공급에 따라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