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이소영
태풍 콩레이에 따른 폭우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골프장 ‘블루헤런’의 심술에 세계 최정상급을 자부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마저 백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5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673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2018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2라운드까지 경기를 기권한 선수가 모두 15명에 달했다. 스코어 오기로 실격당한 선수를 포함하면 총 16명의 선수가 대회 절반을 마치기도 전에 대회에서 이탈했다. 이뿐만 아니라 언더파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단독 선두인 이소영(4언더파)과 2위 인주연(3언더파)단 두 명이다.

대회 주최 측은 남은 3~4라운드에서도 몇몇 홀을 제외하고 까다로운 홀 위치를 유지할 예정이다. 역대 최다타수 우승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남은 두 개 라운드에서도 코스와 선수들 간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회 역대 최다타수 우승자는 장수화(2010년)다. 그는 당시 우승 스코어로 2언더파 286타를 적어냈다. 남은 라운드에서 선두권 선수들이 현재 스코어를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인주연
인주연
◆모든 홀이 ‘헤런스픽’

2000년 시작해 KLPGA투어에서 단일 스폰서 대회로는 최고령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의 주최 측은 시작 전부터 ‘변별력’을 강조했다. 특히 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헤런스픽’(15~18번홀)의 난도를 대거 높이면서 까다로운 코스 세팅을 예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모든 홀이 고비였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페어웨이는 지난해보다 더 좁아졌고 러프는 70㎜ 이상으로 기른 만큼 코스 세팅이 매우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헤런스픽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15번홀(파4)은 1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평균 0.7타를 앗아가기도 했다.

2라운드에선 콩레이 영향으로 예보보다 빨리 찾아온 비구름까지 코스를 덮치며 선수들을 좌절케 했다. 1라운드에서 김지수(24) 등을 포함해 세 명이 기권하더니 2라운드에서도 12명의 선수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이 유력한 고진영(23)과 국내 대회에 첫 출전한 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21·뉴질랜드)도 각각 8오버파 152타와 9오버파 153타를 적어내며 진땀을 흘렸다.

◆악조건 속에서도 생존한 톱랭커들

상금왕 자리를 놓고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오지현(23)과 최혜진(19)은 악조건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 나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버파를 적어내는 사이 오지현은 이날 1타를 줄이는 집중력으로 중간합계 2오버파 146타를 기록해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최혜진은 3오버파로 오지현에 1타차 뒤져있다. 현재 상금 랭킹 1위 오지현(7억9755만원)이 2위 최혜진(7억6657만원)에게 불과 3000여만원 앞서 있는 만큼 남은 라운드 결과에 따라 또다시 시즌 상금왕의 주인이 달라질 수 있다.

여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