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고령사회’라는 표현이 이젠 현실이 돼버렸다. 얼마 전 통계청의 인구통계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섰다. 고령화가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눈에 띄는 사회 현상은 연간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고령화 초기에는 기대여명 증가로 사망자가 줄거나 횡보 상태에 있다가 고령화가 심해지면 사망자가 증가한다. 인간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연간 100만 명이던 사망자가 고령화 초기에 7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가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증가세로 전환한 뒤 2017년엔 134만 명이나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수년간 24만 명 수준을 유지하던 연간 사망자가 2010년께부터 증가해 2017년에는 28만 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일상 속 변화 중 하나는 장례식장에 갈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결혼식과 돌잔치에 가는 횟수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는 평소 죽음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다가 장례식장에 가서 비로소 죽음과 대면한다.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과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이런 모습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장례식에 갈 기회가 늘어난 일본의 중고령층은 한발 더 나아가 삶의 마무리 단계를 스스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정사진도 건강할 때 미리 찍어 두고, 희망하는 장례 스타일도 이것저것 알아본 뒤 미리 정한다. 묘지도 사전에 구입해 둔다. 간병받아야 할 상황에 대비해 집 주변 요양시설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간병비와 임종 의료비도 따로 준비한다. 유산 상속문제로 가족이 싸우지 않도록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엔딩노트도 유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슈카쓰(終活)라고 부르는데 이미 하나의 사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고령사회는 달리 말하면 ‘죽음과 자주 접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삶의 마무리 단계를 스스로 대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종신보험이다. 사망보험금은 임종 의료비나 장례비, 남은 배우자의 생활비나 간병비, 자녀를 위한 상속재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마무리 단계를 스스로 준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