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됐던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가 200여 명의 시민참여단이 투표하는 공론화 방식으로 판가름 나게 됐다. 설문조사를 포함한 공론화 절차가 본격화되면 올해 초 벌어졌던 영어 선행학습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등 주요 교육정책을 잇달아 공론화로 결정하면서 “교육부가 ‘공론화부’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도 시민 200명이 결정
◆200명이 금지·허용 ‘양자택일’

교육부는 최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오는 11월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에 대해 학부모, 교원, 유아교육 관련 단체, 전문가, 시·도교육청 관계자 등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며 “심층 여론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교육부는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에 따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영어 교육 수요는 여전한데 교육부가 거꾸로 아이들을 고액 사교육으로 내모는 거냐”는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결정을 내년까지로 1년 미뤘다.

교육부 안에 따르면 공론화는 두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1차 설문조사는 6000명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관련 의견을 듣는다. 학부모, 교원, 일반 국민 등을 적정 비율로 배분할 계획이다. 성별, 연령, 지역도 고려한다. 이후 이들 중 200명 안팎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한다. 시민참여단은 숙의·토론을 거쳐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허용 여부를 양자택일하는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가 11월까지 결정을 내린다.

이 같은 공론화 절차는 앞서 논란이 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과 거의 같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전국 성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이 중에서 시민참여단 550명을 선정해 4가지 개편안을 놓고 투표를 했다.

◆“교육부가 아니라 ‘공론화부’냐”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등 주요 교육정책을 공론화로 결정하면서 공론화 방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학교폭력 예방대책 개선 방안도 공론화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본적인 정책 설계와 뼈대는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정해야 하는데 기본 뼈대까지 국민에게 던져버리는 공론화는 문제”라며 “교육부와 김상곤 장관의 존재 의의를 찾기 어려우니 장관직을 사퇴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지와 달리 공론화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직 사립대 총장은 “민감한 교육정책을 결정하기 전 공청회, 포럼 등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기존에도 있었는데 공론화라는 말을 유행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공론화 절차를 외부에 용역으로 맡기는 등 행정절차만 복잡해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생업이 따로 있는 국민에게 단기간에 공부를 시키고 의견을 묻는다고 해서 그 의사결정이 교육부 공무원들의 전문적인 판단보다 공정한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