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돈(예산)을 지방으로 많이 보내는 대신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다. 이른바 ‘지방재정 확충-수도권 규제 완화 빅딜론’이다(한경 8월16일자 A6면).

수도권 규제는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덩어리 규제’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 완화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밀려 ‘정치적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한때는 지방을 의식해 수도권 규제를 강화했지만,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등의 부작용이 확인되자 과감한 완화를 단행했다. 수도권을 이런 식으로 꽁꽁 묶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수도권 규제의 폐해는 투자와 일자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공장 증설을 막는다고 지방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는 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 내 1만6738개 기업(2015년 기준)이 수도권 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전했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척도가 되고 있는 시대에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선긋기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대립적 구도와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균형발전’을 고수한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도 국민 화합도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수도권이 낙후된 것은 수도권 규제가 느슨해서가 아니라 지역에 꼭 필요한 개발사업과 투자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방에 재원(財源)과 권한을 부여하면, 각 지방은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과 지방 간 선의의 경쟁도 활성화될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방재정 확충’을 동시에 시행하는 ‘빅딜’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