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통상 부동산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거래량이 늘고 집값 오름세가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632건으로, 전월(4800건) 대비 17.3%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 상승폭은 4주째 커졌다. 이런 시장 움직임을 부동산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풍부한 유동성·소득 증가가 원인”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집값 오름세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KB부동산시세 기준으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28% 올랐다”며 “지난 6~7월 주마다 0.05~0.1% 안팎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집값이 매우 급히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턴트인 아기곰(필명)은 “통상 7월은 비수기라 6월보다 거래량이 7%가량 줄어드는데 지난달에는 되려 17%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상승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기곰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며 “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인플레 헤지 수단인 부동산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서울에 있는 상장 대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연이어 경신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서울에서 주택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대기했던 수요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초 부동산 보유세 확정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관망하던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며 “올 하반기 이주하는 재건축 단지가 여럿 있어 일대 전세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매매가가 상승 낌새를 보이자 대기 수요가 매수세로 옮겨온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공급감소·개발호재로 매입 서둘러

서울 주택시장은 개발호재, 공급 위축 우려로 가격이 더 올랐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시장에 수요가 많은데 정부 규제로 아파트 공급은 계속 줄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 시내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땅이 거의 없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져 공급이 크게 줄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를 피해 8년 이상 장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이 늘면서 시장에 수요는 있지만 매물은 귀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아기곰은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돼 집을 팔기 어려운 반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기본적 실수요는 꾸준하다”며 “대형 개발과 별 상관이 없는 도봉구 등도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수요·공급 원리와 갭 메우기 장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등의 영향으로 미뤄졌던 대규모 개발안이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점도 집값 오름세에 영향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홍 팀장은 “지역별로 살펴보면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과 관계 있는 영등포, 양천, 마포, 용산 등의 상승폭이 크다”며 “보유세 개편안 발표 전 억눌렸던 수요가 개발 호재를 만나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효진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그간 쉬어갔던 장세를 메우고 넘어가는 상황으로 본다”며 “서울 주택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수요는 진입할 만”

전문가 대부분은 자금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지금이라도 집을 살 만하다고 조언했다. 아기곰은 “가을 이사철까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며 “주변에 일자리가 늘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 가능성은 적은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 아파트는 수요가 많지만 공급은 적고, 가계 소득 증가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무리한 매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 팀장은 “지금 시장은 계속 고가를 경신해가면서 달리고 있다”며 “호가 경쟁 때문에 기존 자금 계획보다 무리해서 돈을 빌려 매입하면 조정이 조금만 와도 힘들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기를 기다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 팀장은 “매매가는 오르지만 일부 자치구를 제외한 전세가격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선 지 꽤 됐다”며 “전세가격이 실수요를 대변하는 만큼 전세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