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3년간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전체 투자의 70%가량인 130조원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에 집중키로 했다. 180조원의 90%인 162조원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의 투자규모는 연평균 54조원으로 지난 5년간 평균(43조6000억원)보다 24% 가까이 늘었다.

직접 고용 4만 명뿐 아니라 직·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70만 명에 달한다는 게 삼성의 추산이다. 삼성은 또 AI(인공지능), 바이오, 전장부품, 5G 등 4대 미래 성장산업에도 3년간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Lab 문호를 외부에 개방하고 산학협력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협력사 지원도 기존 2조3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현대자동차(23조원), LG(19조원), SK(80조원), 신세계(9조원) 등을 잇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잇단 투자계획 발표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국내 투자를 살려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설비투자가 18년 만에 처음 4개월 연속 줄어든 현 상황은 일종의 비상시국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누구 탓을 하거나 투자 결정 과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만큼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 불황 초입에 들어선 경제를 어떻게든 살려내는 일이 급선무다.

이제는 정부가 화답해야 한다. 마침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시작으로 규제 개혁에 시동이 걸릴 참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확고하다면 투자와 규제개혁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일자리도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정부가 생색만 내고 어물쩍 넘기려 든다면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정부의 강철 같은 규제개혁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