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2일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北 핵시설 신고가 종전선언 출발점"
해리스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지난달 부임한 뒤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종전선언에 필요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에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관련,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시험장 폐기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 움직임 등 지금까지 보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자나 전문가가 현장에 가봤느냐”고 반문한 뒤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종전선언에는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며 “한·미 동맹이 결정해야 하며 일방적인 선언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빨리 가서는 안 되며 미국과 한국이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전선언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우리가 너무 빨리 가거나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했는데 결국 실패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만 혜택이 된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이전에는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고 아주 다른 위치에 있었는데 이제 평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회담 전과 지금 위치를 비교하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전되기를 바라고 미국과 남북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에는 변함이 없으며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없앨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했듯 인내하는 외교를 하고 있지만 헛되이 질질 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