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어바인퍼스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포스코건설 제공
'평촌어바인퍼스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포스코건설 제공
분양가 규제로 서울 신규 분양가 상승세가 멈춘 가운데 경기도 비규제지역에 공급되는 분양 단지들이 지역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안양, 광명, 부천, 수원 등에 공급된 신규 단지들이 지역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다. 분양 소식과 함께 불거진 고분양가 논란에도 이들 아파트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가격 저항선이 허물어지면서 주변에서 거래되는 분양권 호가도 키맞추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근 기존 아파트 단지까지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 부천 평촌 광명, 최고분양가 경신

지난달 경기도 부천 중동 일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중동' 분양가는 3.3㎡ 당 1820만원대였다. 역대 부천시 내 분양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싸다. 가장 최근 인근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다. 이 단지는 2016년 6월 3.3㎡ 당 평균 1650만원에 분양됐다. 2년 새 3.3㎡ 당 분양가가 170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전용 84㎡ 최고가를 비교하면 '힐스테이트 중동'은 7억4020만원, '중동 센트럴파크푸르지오'는 6억6910만원으로 4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6월 분양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어바인 퍼스트'도 평촌신도시를 포함해 안양시 일대에서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3.3㎡ 당 평균 1720만원에 공급됐다. 2013년 분양한 '평촌 더샵센트럴시티' 분양가보다 3.3㎡ 당 320만원 가량 뛰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일대에서 지난 5월 공급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도 3.3㎡ 당 1490만원대로 수원시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다(광교신도시 제외). 전용 84㎡ 기준으로 4억8290만∼5억4070만원 수준이다. 최근 광명시 철산동 첫 재건축단지로 분양한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는 광명에서 처음으로 3.3㎡ 당 분양가 2000만원을 돌파한 단지다. 3.3㎡ 당 2200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6억8900만~7억800만원대다.
[집코노미] 고삐 풀린 수도권 비규제지역 분양가…주변 집값까지 '들썩'
사실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신규 분양 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 과천시, 세종시,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를 초과할 경우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이다.

최근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지역들은 고분양가관리지역에서 벗어나있다. HUG 관계자는 “HUG는 분양가 조정기관이 아니므로 관리지역 이외 지역에서는 분양가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적정 분양가 기준은 각 지자체별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는 인근에 유사한 입지와 규모, 브랜드를 갖춘 아파트의 시세와 비교해 책정한다. 한 대형사 분양소장은 “사업승인을 받을 때 지자체와 HUG가 협의를 거친다”며 “상식 밖의 말도 안되는 분양가만 아니면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분양 기점으로 주변 집값 동반 상승

이들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이에 주변 집값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힐스테이트 중동’은 평균 18.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인근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분양권 호가는 ‘힐스테이트 중동’ 공급을 기점으로 중층은 500만원, 고층은 1000만원 가량 뛰었다. 호가 기준 프리미엄은 6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중동'이 완판되면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프리미엄이 1억까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어 최근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천 중동에서 비교적 신축에 속하는 '래미안 부천 중동(2015년 입주)'도 신규 분양을 기점으로 시세가 뛰었다. KB부동산시세를 보면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6개월 간 5억5250만원으로 변동없이 유지됐으나 지난 6월 5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중동C공인 관계자는 "중동 일대는 노후 단지가 많아 가격 상승에 제한이 있다"면서도 "'래미안 부천 중동' '리첸시아 중동' 등은 새로 공급되는 단지 분양가에 연동해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집코노미] 고삐 풀린 수도권 비규제지역 분양가…주변 집값까지 '들썩'
‘평촌어바인퍼스트’ 역시 새 아파트 대기수요가 몰려들며 평균 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인 만큼 현재 실거래되고 있지는 않지만 6000만~7000만원대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평촌신도시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평촌 어바인퍼스트' '힐스테이트 금정역' '힐스테이트 범계역' 등 일대 분양 소식이 들리면서 시너지를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지가 들어서는 안양시 호계동 일대 아파트시세는 지난 2월 3.3㎡ 당 1323만원에서 지난달 1405만원으로 5개월 만에 6% 가량 뛰었다. 평촌신도시 대장주인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실거래가격이 8억원을 웃돈다. 3.3㎡ 당 2500만원 정도다. 2년 전인 입주 시점 동일 면적 실거래가는 6억1000만~6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평촌B공인 관계자는 "평촌 내 입지가 좋은 곳은 25년차 아파트도 3.3㎡ 당 1800만~2000만원 선에 거래된다"며 "인근 지역인 과천이 3.3㎡ 당 3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시세가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