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확정을 사흘 앞둔 31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대입제도 개편의 본질은 결국 학교 교육활동의 정상적 운영”이라며 “지금의 논의 과정에는 고교 학점제, 성취 평가제, 과정 중심 평가 등 교육활동의 예견되는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전 과목 절대평가를 주장하고, 대입 정시전형 확대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조 교육감의 평소 지론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입제도가 학교 현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조 교육감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대입제도 개편안의 향방을 결정할 공론화 절차는 이틀 전 마무리됐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숙의토론회도 열었다. 지난 27~29일 2박3일간 열린 2차 숙의토론회에서는 시민참여단의 최종 결론을 취합했다. 공론화위원회는 8월3일 이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 3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넘기면서 시작된 공론화 절차다. 4개월여간의 대장정이 끝났고 공개만 되지 않았을뿐 결론도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뒷북’ 의견을 낸 것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전국 교육감들이 돌아가며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 서울교육청 발표가 다소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만 안 됐을 뿐 최종 결론이 나온 상태 아니냐’고 질문하자 “최종 발표 전 교육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라는 품이 많이 드는 절차를 택한 이유는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국민들 의견을 ‘같은 무게로’ 공정하게 듣기 위해서다.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면서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투명한 공론화’와 ‘민주시민의식’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오랜 기간 공부와 고민을 거쳐 마련한 결론이 나오려는 시점에 조 교육감이 굳이 자신의 지론을 되풀이한 ‘뒷북 훈수’를 뒀어야 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