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떤 융합교육이 진행되고 있는가?
융합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이론이 있다.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고, 정답도 없다는 것이다. 융합교육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가 급속도로 다변화하고 있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진 것이 이유일 것이다. 기업에 취업할 때 졸업생들에게 주 전공 이외에 타 전공의 역량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대학교육에서 융합교육이 강조된 것은 산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유사학문 간(공학과 자연과학 등) 융합뿐 아니라 전공이 다른 학문 간(공학과 예술, 인문과 공학, 경영과 공학 등) 융합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각 부처의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융합인력 육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에서 새로운 융합학과(전공)를 신설한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행처럼 융합학과를 개설하는 경향이 있었다. 해외 유수 대학들의 학과명을 보면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다양한 이름의 학과(전공)명이 많다. 지속가능성과 진정성이 없이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급조된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재정지원이 중단된 경우 융합학과도 함께 힘을 잃는 사례도 있다. 신설된 융합학과로 신입생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재정지원을 활용한 장학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왔지만 이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융합학과가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것은 대학의 의무다.

융합교육은 해당학과 개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적 사고와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느냐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동안 융합교육을 언급하면서 주 전공 이외에 타 전공 교과목들을 수강하는 단순한 과목융합을 융합적 교육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각 재료는 하나의 그릇에 모아 놓았다고 비빔밥이 되지 않는다. 그 재료들과 함께 본인의 취향에 따른 첨가물을 넣어서 잘 섞어야 한다. 또 비빔밥에 집어넣은 다양한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면 아무리 잘 융합(섞음)해도 맛은 별로일 것이다. 비빔밥이라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융합되기 전 각 재료가 우수한 맛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을 통해 유능한 융합능력 소유자가 되려면 본인 전공에 충실해야 한다. 이후 타 전공 교과목의 내용을 주 전공에 접목시키는 융합적 문제해결 경험을 해봐야 한다. 기업 채용 분야를 보면 아직도 전통적인 전공 분류 중심으로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융합학과에서 배출된 졸업생들이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융합학과를 신설하는 입구 쪽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졸업생 진로 등 출구 쪽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