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들어 외국인 보유 지분이 크게 늘어난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실적 전망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보유 비중 변화는 해당 종목의 등락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휠라·삼성전기… 外人 사랑에 주가도 '후끈'
◆외국인 지분 늘면 주가도 ‘쑥’

2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4.7%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69%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월등한 성과를 낸 것이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 지분율 증가 ‘톱10’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12.1%에 달해 코스닥지수(-5.82%)를 압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휠라코리아가 단연 돋보였다. 휠라코리아는 올해 외국인 지분율이 24.26%에서 36.45%로 늘어나는 동안 주가가 109.56% 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95.4% 급증한 데 힘입어 영업이익도 74% 늘어난 849억원을 기록했다. 하누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분기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0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전기 또한 주력사업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에 힘입어 외국인 ‘뭉칫돈’이 대거 유입됐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외국인 보유 비중이 10.5%포인트 늘어나는 동안 주가가 63% 상승했다. 제지업체인 무림P&P는 펄프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올초 4% 남짓에 불과하던 외국인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고 주가도 81.9% 뛰었다. 임플란트 치아 등 의료용구 제조업체인 덴티움은 중국 사업 호조 기대에 외국인 지분율이 16.1%포인트 증가하면서 수익률이 48.8%까지 치솟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비즈니스온과 나노캠텍, 유니테스트가 외국인 비중 증가와 높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국내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점유율 1위인 비즈니스온은 새로 내놓은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스마트MI’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119% 올랐다.

◆실적 부진하면 외국인 들어와도 하락

외국인 지분이 감소한 종목은 주가도 함께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이 크게 감소한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올 들어-3.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은 -5.82%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선 HDC와 만도 롯데지주 효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업황과 실적 부진 등으로 외국인 비중 축소와 주가 하락을 동시에 맞는 불운을 겪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반드시 주가가 상승한 것은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초 대비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KTB투자증권의 수익률은 2분기부터 증시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7.8%에 그쳤다. 자동차 유리 전문기업인 코리아오토글라스는 외국인 지분율이 14.5%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주가가 26.8% 빠졌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3% 줄어들었다.

외국인 지분 감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있었다. 남북한 경제협력 수혜주로 분류되는 현대로템은 연초 28%에 달했던 외국인 비중이 7.3%까지 줄어들었지만 주가는 46.9% 상승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중 상당수가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단기 고점에서 이익 실현을 위해 팔아치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