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기업을 포기하고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상장법인의 최대주주 변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3곳의 코스닥 기업이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곳보다 16.3%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가구업체 까사미아와 유압크레인 생산 업체 동해기계항공, 임플란트기업 디오, 삼성전자 협력업체 범한정수 등이 경영권 지분을 매각했다.

국내 회계법인과 증권사 등 기업 매각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매각 문의가 같은 기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매각된 중소·중견기업의 상당수가 1980~1990년대 창업해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곳이었다. 이들은 2세 승계보다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기업 경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양도소득세율이 인상되는 것도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매물을 늘린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중소기업 대주주가 양도하는 주식의 양도소득세율이 22%에서 27.5%로 인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