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회동을 계기로 대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던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재계에 퍼지고 있다. 삼성도 국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 공장을 방문하고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난 것은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관련 부처들도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업을 적폐로 다그치기보다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정책 기조가 바뀌는 조짐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정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한 결정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범정부 부처들이 준비한 ‘규제혁신점검회의’를 행사 3시간 전에 이례적으로 전격 취소하면서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서 보고해달라”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의 면담도 이달 초 “청와대와 정부가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해소해줘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대기업 사정 정국이 완화되고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기여할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와 고용, 협력사와 상생경영, 사회 공헌 등 분야에서 다양한 대책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혁신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은 국내 투자와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