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도 가파르게 오르자 중개인과 거래 당사자 간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한경DB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도 가파르게 오르자 중개인과 거래 당사자 간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한경DB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분쟁이 급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서다. 중개 수수료는 거래가격에 일정 수수료율을 곱해 산정한다. 매매가격이 두 배로 껑충 뛰면 중개 수수료는 네 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매매가격이 비쌀수록 적용하는 상한요율이 높아지는 구조여서다.

◆전세 중개 수수료도 급증

수도권에서 고가주택 거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 수는 14만807가구다. 지난해 대비 52.73% 증가했다. 이 중 서울의 9억원 초과 공동주택 수는 13만5010가구로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거래가 신고된 아파트 2만4606건 중 15.9%인 3921건이 ‘9억원 초과’ 금액에 팔렸다. 지난해 1분기 11.5%(2087건)보다 4.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도 가파르게 오르자 중개인과 거래 당사자 간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한경DB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도 가파르게 오르자 중개인과 거래 당사자 간 수수료 분쟁이 늘고 있다. /한경DB
고가 전세 거래도 급증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중대형 평형 중위 전셋값(KB부동산 기준)은 5억8262만원으로 6억원에 근접했다. 강남의 중대형 평형 중위 전셋값은 6억4041만원이다. 대형 중위 전셋값은 9억9357만원으로 9억원 이상의 고가 전세 아파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6억원 아파트(전세 중개 수수료율 최대 0.8% 적용)를 계약할 경우 중개 수수료 480만원을 내야 한다.

가격 상승에 따른 중개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면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민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수수료율 업소 따라 오락가락

거래 당사자들은 “중개업소가 별다른 노력 없이 높은 수수료를 떼간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아파트 시세, 평면, 단지 정보, 매물 등은 다 공유되고 중개업소는 이를 연결해줄 뿐인데 한 번 거래에 매수·매도 양쪽에서 각각 1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매든 전세든 거래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로 책정하는 중개 수수료 때문에 중개인들이 매매가격을 하향 조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 당사자들은 중개 수수료가 상한요율 안에서 ‘개별적인 합의’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개 의뢰인과 공인중개사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아파트를 중개하더라도 200만원, 500만원, 1000만원으로 수수료가 달라진다. 송파구 신천동 H공인 관계자는 “9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중개 수수료를 6억~9억원 사이의 요율인 0.5% 이상은 받으려고 한다”며 “중개업소와 자주 거래하거나 친분이 있는 의뢰인은 좀 깎아서 500만원대에 해주기도 하고, 어렵게 매물을 구한 경우에는 0.9%를 다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해야”

집값 상승을 감안해 중개 수수료 최고 요율을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강남 11개 구 중위 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만큼 고가주택 기준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5년 6억원 초과~9억원 미만 구간을 신설해 최고 요율을 0.5%로 떨어뜨렸다. 수수료율을 정률제로 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협의를 통해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개업소는 관행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중개 수수료 급등이 집값이 급격히 오른 서울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여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에선 주택 가격이 낮아 중개업소들이 임차료도 못 낼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부동산관리팀 담당자는 “정률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허용하지 않고, 수수료율 조정은 세법 등 각종 현안이 걸려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억울하다는 의견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개업자들은 중개 한 건을 위해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법률적 문제부터 회계적 문제까지 꼼꼼히 살핀다”며 “수많은 사람에게 집을 보여준 뒤 어쩌다 한 번 계약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