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13명 중 6명이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한 필수 코스로 꼽히는 지역위원장직을 신청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철희·최운열·심기준·이용득·김성수·권미혁 의원은 지난달 29일 끝난 민주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대부분 21대 총선에서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심사숙고형’으로 분류된다.

이철희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와 관련,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불출마’를 꺼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최운열 의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없다”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당이 필요하면 (출마를) 하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례대표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도 이들이 신중한 이유다. 최 의원은 “비례대표는 당에서 전문성을 살려 봉사해야 하는데 지역구를 맡으면 그 역할에 소홀해진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할당으로 들어온 이용득 의원 측도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 관련 의정활동을 수행한 뒤 총선 관련 입장을 정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둬 ‘명분이 약하다’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심기준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위원장은 비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데, 원주에는 이미 2년 이상 된 지역위원장이 있다”며 “지방선거를 잘 치른 마당에 지역구 신청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원주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비례대표로 끝내고 지역구에는 관심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수 의원은 통화에서 “다음 총선에 대해 특별히 생각이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지역위원장직을 신청한 7명의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일찌감치 터를 닦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현권 의원은 경북 구미을, 박경미 의원은 서울 서초을, 송옥주 의원은 경기 화성갑, 이재정 의원은 안양 동안을, 정춘숙 의원은 경기 용인병, 제윤경 의원은 경남 남해·하동 지역위원장을 신청했다. ‘문풍’에 힘입어 대구·경북 등 험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