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악성 댓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공론의 장인 인터넷이 무차별적인 ‘댓글 테러’ 때문에 ‘혐오의 도가니’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댓글 문화의 병폐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선수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겨냥한 악플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도 한때 익명 청원자들의 ‘화풀이 막말’로 도배됐다. 독일전 승리라는 극적 반전이 없었더라면 선수와 가족들의 삶이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분노와 편견, 혐오를 부추기는 악플은 개인의 ‘인격 살해’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파괴한다. 2012년 ‘채선당 임신부 사건’과 2017년 ‘240번 버스기사 사건’에 이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선수 ‘왕따 논란’을 거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후진적인 댓글 문화는 변함이 없다. 인터넷은 ‘온라인 테러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의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무책임한 행위까지 용인돼선 안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악플의 도(度)가 심각한 것을 감안하면 익명성 뒤에 숨어 기승을 부리는 악플은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한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댓글 중 악플 비율은 80%로, 네덜란드(10%)와 일본(20%) 등을 압도한다.

정부는 ‘인터넷 폭력’을 예방할 제도 개선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댓글 실명제’를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악플을 일삼는 네티즌과 이를 방치하는 포털 등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더 강하게 물어야 한다. 포털 역시 구글의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처럼 자체적으로 악플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