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라인, 틱톡, 그리고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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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광 유통산업부 차장
데이터 주권은 국가 안보 문제
2년이 지나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대응은 전혀 달랐다. “창업자 김범석은 어디 갔느냐” “보상안이 미흡하다” “청문회 태도가 불손하다”가 주된 이슈였다. 국회와 정부가 호통치면 쿠팡이 맞대응했고 사람들은 공분했다. 사안의 본질은 묻혔다. 한국인의 내밀하고 방대한 정보를 미국 기업 쿠팡이 관리하는 게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은 찾기 어려웠다.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마땅한지 따져볼 ‘골든 타임’은 지금도 마냥 흘러가고 있다.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데이터 주권 운운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게 옳지 않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은 현재 중국 바이트댄스의 숏폼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저엔 미국 Z세대가 가장 많이 쓰는 앱의 데이터를 중국 기업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불편함이 깔려 있다. 결정은 조 바이든 정부가 내렸고,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행 중이다. ‘데이터 안보’ 앞에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정파를 초월해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쿠팡 지분 인수 검토해야
문제는 한국이 미국, 일본처럼 ‘호기롭게’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의 덩치가 너무 커서 받아줄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적 안보가 달린 이 문제를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으니 딜레마적 상황이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침 한국은 대미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나 국민연금, 별도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쿠팡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미국 땅에 반도체,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하지만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훌륭한 대미 투자이자 외교적 명분이 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한국 자본이 쿠팡의 유의미한 주주가 된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사과를 구걸하는 을(乙)이 아니라 주주로서 당당히 이사회에 참여해 데이터 통제를 요구하고 경영을 감시할 수 있다. 쿠팡의 성장 과실을 국익으로 환원하는 길도 열린다. 감정적 소모전을 넘어 자본의 논리로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세련된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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