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 궁에서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포괄적 경제협력 방안을 담은 32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두 정상은) 한반도와 유라시아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비해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정착 위해 공동노력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등 최근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협력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협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도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예정인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이 행사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모두 초청됐다. 문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미국을 제외한 한반도 평화 정착의 협상 당사자 및 동북아시아 5개국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를 계기로 남북한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한국에 돌아가서 하반기의 전체 외교일정을 살펴본 뒤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한·러 FTA 협상 착수 합의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동방정책을 연계시킨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특히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달러, 인적 교류 100만달러’란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러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정상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제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FTA 절차 추진 및 철도·가스 사업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12건의 기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혁신 플랫폼 구축 △지방협력 포럼 설립 △전력분야 협력 △‘2020년 한·러 상호교류의 해’ 시행 △첨단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 등이 담겼다.

혁신 플랫폼 구축은 한·러 혁신센터 신설을 통한 공동 연구개발(R&D)과 전문가 교류가 핵심이다. 양국 간 기술협력을 비롯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육성 협력, 시장 교류 등 본격적인 경제 교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분야 협력 MOU는 한·러 간 전력계통 연계 협력을 통해 남·북·러 전력망 연결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간 3각 협력 사업 중 추진 가능성이 높은 철도 연결사업 방안을 적극 타진했다. 우호적인 여건이 확보되는 대로 나진~하산 철도 공동 활용과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망(TSR) 및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과 관련한 공동연구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포함됐다. 북한을 포함한 3국 간 전력망, 가스관 연결의 경제적·기술적 사항에 대한 공동연구도 추진하기로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