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가 증권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등 악재가 여전하지만 과거 실적과 주가 사이클에 비춰봤을 때 반등할 시기가 됐다는 게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주가 반전의 ‘방아쇠’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꼽힌다.
전기요금 인상·유가 하락 수혜… 한국전력, 바닥 찍고 반등할까
◆“전기료 인상 불가피”

22일 한국전력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원(6.08%) 오른 3만4900원에 마감했다. 정부가 기업에 저렴하게 제공하던 심야 전기요금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기대만으로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2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2016년 5월 6만3700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3월30일 3만6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29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200 종목 중 가장 낮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천연가스, 석탄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등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는 471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조309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급전직하’다.

정부가 그동안 여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말을 반복해왔지만 이제 버틸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특히 이 센터장을 비롯해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10년 넘게 한국전력을 분석해온 유틸리티(발전) 애널리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한국전력은 ‘실적 개선→정부 규제→실적 악화→요금 인상’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는데 “지금은 요금 인상의 초입 단계”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윤 센터장은 “지금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 발전 설비 투자와 해외 원자력 발전소 수주를 위해서도 한국전력의 재무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의 수혜주

물가상승률이 낮은 지금이 전기요금 인상의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5%, 2019년과 2020년 2%씩 전기요금을 올릴 것으로 본다”며 “1%의 요금 인상은 연간 한국전력에 5790억원의 세전이익 증가를, 주주에게 주당 654원의 배당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은 한국전력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수’로 바꾸고 목표주가를 3만7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21.6% 상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가 지난 5월 배럴당 70달러 선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호재다. 발전연료인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국제 유가 움직임을 뒤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22~23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후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