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달아 ‘아시아 증시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오랫동안 아시아 시장에 낙관론을 펴왔던 골드만삭스조차 지수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강달러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지역이 아시아라는 이유에서다.
'亞증시 낙관론' 펼치던 골드만삭스마저…
골드만삭스는 지난 21일 아시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640에서 625로 내렸다. 이 지수는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아시아 지역에 투자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수다. 국가별 비중은 중국(29.32%), 호주(17.28%), 한국(14.19%), 대만(10.76%), 홍콩(9.52%) 순이다.

현재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지수는 548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내린 목표치까지 14%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시각을 바꿨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오랫동안 아시아 증시 낙관론을 펴왔다”며 “아시아 증시 조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낙관론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선 아시아 국가들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기업 이익 증가세가 견조하다며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지수 목표치를 630에서 640으로 올렸었다.

모건스탠리도 20일 아시아 증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조너선 가너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시장 수석전략가는 “무역분쟁과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이 곧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기준으로 약세장은 연중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UBS도 최근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 아시아 증시가 연중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지역인 까닭에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주식 시장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세계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2조1000억달러(약 2325조원) 증발했는데, 아시아 증시가 약 75%를 차지했다.

22일 코스피지수가 19.39포인트(0.83%) 오른 2357.22로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른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로 거래를 마치며 아직 먹구름이 짙게 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0.78%, 대만 자취안지수는 0.38%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9%, 홍콩 항셍지수는 0.14% 오르며 마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