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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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덕분에 하루에만 고객들이 200여명 이상 몰려옵니다. 평소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인데 꼬박 밤을 새기도 합니다."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월드컵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합니다. 우한 소재 식당 지배인은 "맥주 판매량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21일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유통업계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이후 '월드컵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배달앱 '어러마'는 월드컵 개막전을 포함해 4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중국 민물가재 300만마리와 맥주 40만병의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야식 주문량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로 급증한 탓에 어러마는 월드컵 기간 24시간 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징둥의 창립기념일 쇼핑 축제 '618' 행사 기간과 맞물려 중국 온라인몰 티엔마오, 신선식품 매장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어플 허마셴성, 음식주문 앱 커우베이 등 주요 배달앱에서 총 6000만마리 민물가재가 팔려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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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에 없어서는 안 될 맥주 역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콤하고 짭짤한 민물가재와 맥주는 한국의 '치맥'과 비슷한 개념으로 중국에서 남녀노소 즐기는 음식입니다. 맥주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또 다른 배달앱 메이퇀와이마이도 개막식 직전 약 3시간 동안 28만명의 맥주와 153만마리의 민물가재를 배송했다고 전했습니다.

티엔마오 역시 최근 보름 사이에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버드와이저와 칭다오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중국도 수입맥주의 맛을 안 것 같습니다. 코로나, 하이네켄, 애딩거, 뷔렌바허, 블랑1664 등 외국 맥주의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티몰 측은 밝혔습니다.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월드컵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 대리운전 수요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나자, 현지 언론은 "바닷가재와 맥주를 먹고, 대리 운전을 타고 집으로 가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여행사 역시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월드컵을 '직관'하려는 축구팬 10만명이 러시아로 떠난다고 합니다. 한 여행사는 5000여명의 여행객들을 데리고 러시아로 갔다고 하네요. 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약 10배 이상 규모라고 합니다.

러시아를 방문하는 유커의 지출액은 약 30억위안(약 5124억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개최한 지난 2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34만5341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41.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흐름입니다.

중국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약 5만 명의 중국 축구팬이 한국과 일본을 찾았다고 합니다.

2030년 한· 중·일 월드컵이 공동 개최된다면, 한국행 유커들도 많아질지 궁금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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