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 실효성 확보하고 제재해제·보상 해주려면 의회 비준 필요 분석
'법적 구속력' 갖춘 협정(treaty) 추진…행정약정, 차선책으로 거론
[북미회담 D-5] ⑪ 정상끼리 '통 큰' 합의해도…美의회 '문턱' 변수
닷새 앞으로 다가온 6·12 북미정상회담이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미국 의회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당장은 싱가포르 담판에서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빅딜'을 도출해내는게 관건이라면, 그 구속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입법적 후속절차가 '포스트 6·12' 국면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상원의 비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행정부가 협상한 타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와의 협정은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비준될 수 있다.

대통령이 협정 비준결의안을 상원에 제출하면서 '조언과 동의'를 요청하면, 상원 외교위가 찬성·반대·의견 없음 가운데 하나로 보고해야 한다.

외교위가 찬성 의견으로 표결하면, 협정안이 상원 전체회의로 넘어갈 수 있다.

상원은 행정부가 제출한 협정안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북미 정상간 합의가 의회 비준을 거쳐 '협정'(treaty)의 지위를 얻어낸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물을 의회 차원에서 입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행의 실효성이 확보되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번복하기가 어렵게 된다.

비핵화의 대가로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원하는 북한을 설득하기에도 유리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또 현행 대북제재는 대부분 법안에 부수돼있어 이를 일정시점에서 해제하려면 의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지원과 보상 조치를 취해주려면 법률 제·개정과 예산안 편성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의회 비준을 얻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BC 방송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제임스 리쉬(공화·아이다호) 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외교위 청문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이 협정을 만들어 헌법에 따라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내게 따로따로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어떤 핵합의도 의회 동의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의미다.
[북미회담 D-5] ⑪ 정상끼리 '통 큰' 합의해도…美의회 '문턱' 변수
다만 의회 비준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미국이 협정으로 만든 사례는 드물다.

1994년 10월 북미가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타결할 때에도 미국 의회의 반대 기류를 의식해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Agreement)가 아닌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로 체결된 바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이뤄낸 이란 핵 합의(JCPOA)도 협정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파기를 선언한 것도 그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의회 비준에서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인 민주당을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1명, 민주당 47명, 무소속 2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하더라도, 3분의 2에 해당하는 6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려면 민주당 내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핵·생화학 무기 해체 ▲군사적 목적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농축 중단 ▲핵 실험장과 연구·농축 시설 등 핵무기 인프라 영구 해체 ▲탄도미사일 시험 전면 중단 및 해체를 요구한 상태다.

따라서 북미 합의의 구체적인 수위와 범위에 따라 민주당의 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의회 문턱을 우회할 수 있는 행정약정(executive agreements)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설득력있게 대두되고 있다.

/연합뉴스